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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에 빛나는 역사, 이탈리아 베네치아노희정 시인(육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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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30  1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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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 15주년이 되던 해에 남편과 베네치아를 여행했었다. 결혼 할 무렵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14k 실 반지하나 받지 못하고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도 설악산으로 2박3일의 짧은 기간 동안 다녀왔다. 신혼 첫날밤 나는 15주년 결혼기념일에는 반드시 해외여행을 가리라 다짐했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해 14년 동안 급여를 받으면 십일조 떼어 헌금하듯 저축을 했다. 꿈에 그리던 서유럽여행을 감행했고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도 왔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가장 비싼 보석 다이아몬드 빛일 것이다. 나처럼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어도 소유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수정처럼 맑게 만드는 크리스탈을 처음으로 개발한 곳이 베네치아라는 것을 여기에 와서 알았다. 다이아몬드를 사 본 적이 없는 나는 크리스탈의 오묘한 빛에 감탄사를 연발 내뱉었다. 크리스탈 매장에서 한참을 구경하고 뒤돌아서니 남편이 작은 선물상자 하나를 내민다. “결혼식 때에 아무 예물도 못해 줘서 미안 했어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받아줘” 떨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크리스탈 목걸이, 귀걸이, 팔찌가 별처럼 빛을 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비싼 선물을 받는 날이었다.

그 후 7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운 좋게 나는 다시 베네치아에 왔다. 남들은 평생 한 번 여행하기 힘든 곳을 두 번이나 왔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흥분하게 했다. 이번 베네치아 방문에 더 의미를 둔 것은 7년 전에 산 크리스탈 목걸이 연결고리가 고장이 났었다. 수리 할 목걸이를 가지고 기억을 더듬어 7년 전에 샀던 크리스탈 매장을 찾아갔다. 나이가 지긋한 직원이 목걸이를 이리저리 보더니 똑같은 연결고리가 없으니 목걸이를 새것으로 바꾸어주겠다고 한다. 뜻밖의 제안에 고맙기도 하면서 이탈리아인의 통 큰 친절에 감격했다. 하지만 나는 새것으로 바꾸지 않았다. 남편이 처음으로 골라 선물해 준 것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한 작품인 베니스의 상인을 읽었을 때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다. 친구인 베사니오를 위해 보증을 섰고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안토니오의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가져간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샤일록, 하지만 베사니오를 사랑한 샤일록의 딸 포샤의 지혜로 목숨을 건진 주인공 안토니오. 이 작품 중에서 가장 멋진 대사는 “단, 보증서는 피에 대한 언급을 전혀 포함하지 않으므로 안토니오가 피를 흘려서는 안 될 것이며 덜도 아니고 더도 아닌 정확한 1파운드 살만 떼어가시오”다. 삶과 우정, 사랑과 복수와 자비를 내용으로 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베네치아를 유명한 도시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작품으로 인해 베네치아를 베니스로 불리어지기 시작 했다고 한다. 나폴레옹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했다고 한다. 볼리비아 티티카카호수의 갈대 섬이 자연적인 섬이라면 베네치아는 신의 힘에 의한 인간으로 하여금 만든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사준 크리스탈 팔찌와 귀걸이를 하고 곤돌라를 탔다. 곤돌라 뱃사공인 곤돌리에르의 정열적인 노래를 들으며 탄식의 다리 밑을 지나 베네치아의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황금 포도송이 크리스탈의 영롱한 빛 속에 살아 숨 쉬는 도시 베네치아는 한때 지중해 전역에 세력을 떨쳤던 해상공화국의 요지였다. 베네치아는 운하와 예술과 멋진 건축과 가면무도회로 하여금 낭만적인 분위기로 내륙의 도시 보다 더 멋진 곳이다.

요즘 베네치아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반이 침하한다는 암울한 소식이다. 베네치아의 역사가 바다위에서 크리스탈 빛으로 변함없이 빛나길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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