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영등포
기능 멈춘 밀가루 공장 호기심 자극 재발견 공간으로

[영등포투데이] 

보전의 가치를 인정받다
대선제분은 삼각형 형태의 독특한 부지 형태를 띠고 있다. 1만 8,963㎡에 달하는 공장 부지 내에는 곡물저장고인 사일로, 제분공장, 창고, 식당, 사무실 등 총 23개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2011년 공장 이전이 결정된 후 충남 아산 공장이 준공되고 2013년도에 완전히 이전하면서 영등포 공장은 완전한 폐공장이 되었다. 87년의 역사가 담긴 곳이지만 이전이 결정될 당시 이곳은 매각될 계획이었다. 이것은 시장경제원리에서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가장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되며 돈도 되는 사업이며 지금까지의 관행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이 개발사업에 결사반대하고 나선 사람은 아르고스매니지먼트 박상정 대표이다. 대선제분 박세정 선대 회장의 손자는 할아버지가 피땀 흘려 일궈 놓으신 공간이자 산업유산을 아파트로 개발해서 분양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말 것을 우려했다. 다른 곳들이 그렇게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무형적인 가치를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이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설득으로 이사회 주총에서 가결되어 재생으로 새로운 방향이 잡히고 별도의 법인 아르고스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현재 사업 시행을 맡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시, 영등포구와 대선제분, 그리고 아르고스매니지먼트가 4자간 MOU를 체결하고 2018년 11월에 사업 선포 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이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터는 2019년 5월 서울시로부터 우수 건축자산으로 인증을 받아 등재가 되었다. 총 23개의 건축물 중 13개를 우수건축자산으로 인증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경관적으로 가치를 인증받은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 리디스커버리(ReDiscovery)
87년의 역사, 64년의 스토리는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형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소중한 근대산업유산을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 외국에서 비슷한 밀가루 공장을 통한 도시재생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아츠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갤러리 하우저&워스 로스앤젤레스Hauser&Wirth Los Angeles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밀가루 공장을 갤러리로 탄생시킨 대표적인 도시 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외국의 사례를 수없이 답사해 보지만 박제하듯이 도시 재생이라는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수많은 유럽 사례도 돌아봤지만 결국 벤치마킹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사례가 좋다고 해서 그대로 가져와서 풀어낼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사례일 뿐 이곳의 고민을 다른 곳의 사례를 가져와 입력해 넣을 수는 없었다. 뚝딱 지어서 매각할 것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곳이 영등포의 랜드마크를 넘어 서울시,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하면 프로보크서울을 떠올릴 정도까지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유의 역사와 스토리, 보전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 그 새로운 기능이 건축적이 요소와 결합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도시 재생이지 않을까.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쓴다는 ‘재생’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로는 대선제분의 미래를 담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프로보크서울은 ‘재발견(ReDiscovery)’ 이라는 핵심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재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현재 건축물대장상으로는 23개의 건물이 있지만 준공 후 11개의 공간으로 총 2단계로 나눠져 단계별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선제분 역사와 문화, 가치관에 맞는 프로보크서울만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프로보크서울의 목표와 비전은 ‘삶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시키는 새로운 시대의 발상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 오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런 공간을 꿈꾼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87년 된 목조가 펼쳐지는 그런 공간을 상상해 보라. 신구의 조화, 디자인적 측면, 운영상의 편의, 안전적 기능성이 가미되어야 하므로 그것을 모두 녹여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 말은 쉬운데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너무 옛날 건물이어서 도면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 설계도면을 만들었지만 공사를 진행하면서 해체작업을 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므로 플랜을 변경하기도 한다. 재생의 3가지 콘셉트는 보전가치가 있는 것은 지키고, 필요 없는 것은 덜어내고, 필요한 것은 덧붙이는 것이다. 예상치 않은 것의 등장과 살릴 것인지, 어떻게 살려갈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고민이자 희소가치를 살려내기 위한 노력이다. 보전과 재생, 그리고 새로움을 더하여 현대와 미래를 모두 갖추는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이곳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다.

오래된 미래의 재탄생
프로보크서울은 지난 8월 ‘나이키 러너스 페스티벌 2022’를 개최했다. 중앙광장에서 3천 명에 달하는 젊음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현장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외에도 드라마 촬영장, 서울패션위크의 패션쇼가 개최되기도 한다.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 도입과 함께 비어 페스티벌도 계획 중이며 루프탑 음악회도 구상 중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상의 고됨을 잊고 새로운 무형적, 유형적, 감성적인 것들을 오감을 통해 느끼고 새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자극하다, 촉발시키다’라는 프로보크의 의미와 가치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처럼, 오랜 기간 밀가루를 생산하던 옛 산업유산 공장이 새 시대에 새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신축 공간에는 없는 오래된 것에서만 뿜어내는 매력이 있다. 공장 곳곳에 당시 일하던 많은 사람들의 애환과 과거 70여 년의 한국경제 발전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근현대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적된 과거의 기억들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발전적으로 계승해나가는 지혜가 프로보크서울에서 발현될 것이다.
자료제공 / 영등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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