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칼럼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영등포투데이]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귀소본능(歸巢本能)을 가지고 있기에 하물며 인간이야 태어난 고향을 저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거칠고 굴곡진 삶의 전쟁터에서 세월을 보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
50년대에 떠났기에 고향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하지 않았나 자책도 해본다. 누구나 자기 고향의 자랑거리를 내세우려면 천혜적인 지질과 지형을 비롯한 수려한 경관이 우선이다. 그리고 고대의 유명한 유적지가 꼽힐 것이다. 또한 이색적인 풍속과 특산품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나의 고향 서천(舒川)은 다른 지방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고향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뼈아픈 대표적 유물인 장항제련소의 높은 굴뚝은 이제는 민족 애환을 알리는 역사적 관광지로 남게 될 것이다. 한산세모시와 한산소곡주는 서천의 대표적 특산명품이다.
세모시는 모시풀 줄기 대의 껍질을 벗겨 흐르는 청정시냇물에서 하얗게 표백 처리한 후 한 올 한 올 가는 실을 뽑아 이어서 베틀로 수작업으로 직조하여 만든다. 그러기에 일반 삼베와 달리 섬세한 천연섬유로서 백옥같이 희고 올이 가늘고 고르다. 그러나 공정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에 현재는 한산모시는 사양길에 접어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산소곡주는 오랜 기간 이어온 전통 발효주다. 특히 백제의 궁중 술로서 취해도 오히려 정신은 맑아져 문인들이 마시면서 풍류를 즐겼기에 오늘날에도 일명 앉은뱅이 술이라 부르고 있다. 소곡주 한 잔에 신성리 갈대숲을 찾아가기로 한다.
영화촬영지로 이름난 곳으로 넓고도 긴 갯벌과 함께 펼쳐져 있다. 숲속이 든 강둑에서 관망하든 간에 갈댓잎의 숨소리가 가슴을 적신다. 그리고 장항과 군신 간의 정기여객선은 옛 추억이 되고 금강을 가로막은 금강 하구언은 겨울 철새를 불러 모으고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합류하는 기수역(汽水域)은 먹이가 풍부하여 남쪽으로 날아온 겨울 철새가 머물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서해안의 갯벌은 멸종위기의 철새 17종과 저서(底棲)생물 18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천은 생태보전도시다
이에 따라 충남 서천은 전북 고창과 전남 신안과 보성, 순천 인접 해안은 2021년 5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학술적 가치로서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생물다양성보전을 위한 서식지 보호의 차원이다. 이와 함께 국민에게 생태 보전을 위한 자연환경에 대한 연구, 전시적 교육과 생태적 가치를 인식시켜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서천에 생태전문기관인 국립생태원이 2013년 10월 설립되었다. 이제 서천 하면 생태 보전의 모범적 도시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여름철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00년 이상 수령의 동백나무숲인 동백정과 춘장대해수욕장도 필히 들려볼 만하다. 그리고 도로변에 위치한 희리산 휴양림도 도시민을 유혹할 만도 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철에 따라 잡히는 주꾸미와 꽃게 등 각종 해산물은 미식가들을 불러 모은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서울시공무원연수원도 자리 잡고 있다.
서천 해역에서는 한때는 바다 새우와 함께 자하가 많이 잡히기도 했다. 자하는 갑각류 열각목에 속하는 가장 작은 바다 새우지만 젓갈로는 최고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금강물이 흘러들어 민물장어가 바다에서 산란 후 치어(稚魚)가 강을 따라오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인들이 즐기는 민물장어이기에 치어를 잡아 일본으로 수출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서천은 수산물의 산지로 계속 각광을 받아왔다.
따라서 7일장에서 특히 수산물동을 비롯하여 농산물동과 일반상품동으로 구분한 국가 차원의 현대식 특화시장으로 지정, 건축되었다. 어느 시장이든 명절 때에는 대목이라 하여 값비싼 상품을 대량 준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참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변이 발생했음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지난 1월 24일 밤 11시경에 특화시장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해 227개 점포가 전소했다니 멀리 떠나 있는 필자도 고향 생각이 번개 친다. 정부 당국에서는 곧바로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지원을 한다니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땅이 꺼지는 슬픔에 잠길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서천산 김
이제 잠시 잊고 서천에 특별한 자랑거리가 생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 감탄사가 따라붙는다. 다름 아닌 효자상품으로 등장한 김(海苔) 생산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국과 일본, 러시아 심지어 베트남 등 세계 120여 국가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수출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서양에서는 김을 ‘검은 종이’라 하여 금기시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맛이 좋고 저칼로리에 영양가가 풍부하여 건강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냉동 김밥과 양념구이, 김부각과 튀김 등 다방면으로 식용하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소비 증가로 인해 생산량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1억 5000만 속(1속은 A4용지 크기 정도의 자연산 김 100장)을 생산하여 이 중 1억 속이 수출되어 1조 원대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제 김은 검은 종이에서 검은 진주라 부르며 반도체와 바이오산업을 뛰어넘는 수출품이 되고 있다.
특히 서천산 김은 포자(胞子)를 지주식으로 부착 고정해 양식한다. 또한 추운 겨울에 자라며 수온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간만(干滿)의 차가 심한 청정수역이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환경과 연관되어 서천산 김이 더욱 유명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김은 광합성 관계로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천은 지난 1월 22일 국내 최초로 서천군수산식품산업 거점 단지 내에 ‘국제마른김거래소’를 개설하고 수출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도 질이 좋은 김을 다량 생산은 물론 다방면으로 이용 가능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서천군 지방자치와 함께 정부에서도 수출산업에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서천군민 여러분, 자부심을 가지시고 용기를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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