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칼럼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영등포투데이] 생태계는 비생물권이 뒷받침된 생물권으로 이루어진다. 지구상에서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생태계는 삼림(森林)이 꼽힌다. 토양미생물에서부터 이끼류, 곤충류와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이들도 서로 경쟁하면서 종족보존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연쇄성으로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게 된다. 
오늘날 생태계는 얽히고설켜 마치 그물망을 연상케 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계 조화는 인간에 맞춰져 있고 정점은 인간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인간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삶을 고대한다. 한편으로는 인간생활에서는 구성원들로 인해 가끔씩 인위적이고 물리화학적 강압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병원미생물과 각종 해충으로부터의 생명과 건강 유지의 직·간접적 위협이다. 해충 중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과 인간생활에 혐오감과 건강장애를 주는 것으로 구분되고 있다.

파리올림픽과 빈대 소동
프랑스 파리는 유럽 국가 중 문화 관광도시로 이름난 도시다. 또한 2024년 7월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88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했다. 무엇보다도 대기오염에 역점을 둔 것은 물론이고 위생시설과 식생활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숙박과 공중보건, 교통문제에도 신경을 썼다. 
지금 프랑스 파리 소식통과 영국 방송 매체는 10월 3일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내용은 프랑스 파리시가 위생해충인 빈대의 출현, 습격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부 장관은 교통관계자 회의를 주최하고 심지어 탐지견까지 투입하여 지하철과 열차 등 교통 관련 시설에 대해 철저한 방역 지시를 했다. 사실 파리시에서는 금년 10월부터 이미 빈대와의 전쟁이 시작됐고 특히 올림픽 개최로 인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제 프랑스에서는 공항과 학교, 영화관 등에서도 빈대가 발견되고 있기에 방역 당국을 초긴장 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는 물론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도 빈대의 출현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세계 각국은 3년여에 걸쳐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등이 제한된 상태에서 벗어났고 하늘길도 자유롭게 열렸다. 이러한 탓일까. 프랑스와 영국 등 빈대 소동이 전해지기 바쁘게 우리나라도 빈대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의 모 대학 기숙사에서 9월 중순부터 빈대에 물려 조사한 결과 영국 국적의 교환학생이 거처한 침실에서 발견되어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 인천의 찜질방에서도 살아있는 빈대와 유충이 발견되었다. 또한 10월에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개 구에서 빈대가 발견되었다. 주로 기숙사와 고시원, 사우나, 모텔과 찜질방, 식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 어린이집에서는 아직 빈대 발생은 없으나 11월 1일 예방 및 관리서를 배포했고 7일부터는 전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소독 여부 확인 및 위생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학습교재와 침구류, 천장, 창문 등을 대상으로 매일 점검표를 작성하여 빈대 발생을 확인토록 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국내에서 발견되고 있는 빈대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객이 늘어남에 따라 가방 등 휴대품과 함께 들어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당연한 설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 사변을 겪으면서 의식주의 참혹한 생활에 시달렸기에 주변 생활 문제는 너무나 등한시했다. 파리와 빈대는 물론이고 누더기 옷과 내복에 이(虱)가 득실거렸다. 하지만 1970~1990년 대에 DDT 등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대적 해충박멸로 제거되었다. 그러나 독성이 강한 살충제는 인간과 가축에 위해가 커 독성이 약한 피레스로이드제제 등으로 대체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변이적 내성의 위생해충이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약국에서 머릿니와 서캐를 제거하기 위한 약제 샴푸와 참빗을 구입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 주위에 돌연변이종의 빈대도 은연중 살고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
빈대는 분류상 매미목(目) 빈대과(科)에 속하는 길이 5mm 정도의 둥글납작한 적갈색 곤충으로 암컷은 100~250개의 알을 낳는다. 또한 건드리거나 죽이면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빈대는 몸무게의 2.5~6배의 사람 피를 빨아먹으며 300일 정도 버티고 살아간다. 
빈대는 영문으로 bedbug라 하듯이 인간의 침실 부근에서 살면서 높은 온도를 기피하고 낮에는 숨어 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이로 인해 옛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빈대는 천만다행으로 감염·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으나 사람의 피를 빨아먹기 마련이다. 따라서 흡혈한 피부에 반점이 생기고 심한 가려움증의 알레르기 반응과 염증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따라서 실내를 고온 스팀 살균 처리를 함은 물론 다중이용시설의 공동방제가 기본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갖은 슈퍼 빈대이기에 새로운 살충제 개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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