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4박 5일

[영등포투데이] 

여백의 땅 몽골
노희정

초원 위 백마 타고 달린다
긴 머리 휘감아도는 갈바람
발끝에 채이는 들꽃의 숨결을 느끼며
민둥산 넘고 넘어
정상에 서면
늑대의 기상 하늘을 찌르고
사슴의 순수한 눈빛
이기에 찌든 마음 정화 한다
칭기츠 칸의 욕망보다
칼 차고 달리는 말의 위력 보다
보일듯 말듯 피는
들꽃의 존재가 빛나는 땅
드넓은 초원에서 양과 소와 말 야크의 위장 채우는 소리
침묵 속에 울리는
스님의 독경 소리
욕심 가득한 영혼을 씻는다
느껴 보아라
이 땅을 맨발로
느껴 보아라
이 땅을 말타고
느껴 보아라
자연이 선물하는 순수를
느껴 보아라
시 품은 여백의 미를

 

초원 위에 내려앉은 별빛으로의 여행
몽골 4박 5일

기다림이란 것은 심장이 설레는 것이다.
미지에 세계를 그리워하는 것은 보고픈 님을 만나기 전 날 밤 동정하는 것과 같다.
다는 아니지만 나름 세계곳곳을 여행해 보았다.
그 추억을 영등포투데이신문사에 연재를 했었고 지난에 「노희정시인과 떠나는 세계 여행기」 를 출판했다.
유라시아문화 포럼에서 주관하는 ‘2023년 한국 몽골 국제문학인대회’에 참가했다.
명지전문대 문창과 재학 중 소설을 지도해 주신 홍태식교수님의 권유로 참석하게 되었다.

제사보다 제삿밥에 관심을 중점적으로 둔 것은 문학행사보다 몽골여행이었다. 죽기 전 한 번은 꼭 가 봐야겠다는 푸른 꿈이 마음 한 구석에 보따리처럼 꼭꼭 숨어 있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고) 조병화시인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산 덕인지 꿈이 이루어졌다.
몽골하면 칭키즈 칸의 나라, 초원 위를 달리는 말, 게르 위에 뜬 아이의 눈망울 같은 초롱초롱한 별빛을 상상한다. 상상한 그대로였다.
엄청난 크기의 말을 타고 있는 칭기츠 칸 동상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서 있고 초원 위에는 유유자적 풀을 뜯는 말과 소, 양 떼와 야크 등 수채화 같은 그림의 한 폭이었다.

나도 말을 타고 한 시간 넘게 초원 위를 달렸다.
설마 그 나이에 말을 타? 하겠지만 허리에 복대를 차고 마부가 적당한 속력으로 리더해 주어서 함께 달릴 수 있었다.
말 발 밑에는 9월 초의 바람을 맞는 에델바이스와 민들레꽃과 이름 모를 앉은뱅이 꽃들이 몽골인의 순수한 얼굴로 피어 향기를 내고 있다.
9월의 순해진 바람과 갈색 섞인 백마 위에서 나는 순간 애마부인이 되었다. 원 없이 한없이 말위에서 몽골인의 숨결과 교류했다.
양고기의 맛과 몽골 보드카의 궁합은 천생연분이었고 일품이었다. 보드카에 취해 게르 앞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마음껏 유흥을 즐기고 별을 따러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별빛에 취한 눈으로 몽골에 취한 영혼으로 나의 별을 찾아 헤매는 한 소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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