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칼럼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지금 세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가마솥 한증막이다. 슈퍼 엘니뇨 때문인지 밤에도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의 이상기후는 기후재난으로 불리면서 점차 세계화가 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지금의 무더위는 미래세대가 이미 예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WMO는 금년 7월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달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한 폭염피해도 세계 각국의 재난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휴양지인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8월 8일 발생한 산불로 8월 15일까지 사망자가 108명에 이르렀고 재산피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산불이 확산되는 것은 극심한 가뭄과 강풍의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후변화 속에 우리나라는 장마전선에 따른 높은 습도까지 겹쳐 체감온도가 더욱 높아졌고 ‘카눈’ 태풍까지 한반도를 관통해 어수선한 분위기에 눌려 있다. 이에 따라 어린이와 노약자 중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기상이변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면할 수 없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국위선양에 앞장서 나가고 있다. K 팝의 예체능 문화를 비롯해 K 과학 산업, 봉사 등 K자(字)를 앞세우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특히 우리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은근과 끈기가 있는 민족으로서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맺음의 유종의미를 이루었다.

모든 행사는 만반의 준비가 우선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준비된 시작이 기반이어야 한다. 준비 없는 시작은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자초하고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국내 지방 자치단체의 주관 하에서 행사를 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또한 기존의 다른 자치단체가 치렀던 행사를 참고해야만 보다 나은 행사가 돼 보람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국제적 행사야말로 개최가 결정된 것만 해도 시작이 반이니 자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행사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위선양의 축제가 될 것이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 벌판에서 개최됐다. 온 국민이 환영해야 할 국제적 축제다. 이번 잼버리는 무려 158개 국가에서 4만 5천여 명의 대원이 참석했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청소년의 야영 축제다. 우리에게는 새만금 잼버리가 낯설지 않다.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 이어 32년 만의 개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준비가 너무나 안일하고 허술하게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추부터 잘못 끼운 느낌이다. 부지 선정에서 이미 조성된 새만금 매립지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갯벌을 다시 메워 장소를 정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갯벌은 염분이 높은 진흙이기에 단기간에 평지로 이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은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곳곳에 있고 야영장 바닥이 질퍽한 구간도 많았다. 더욱이 한여름 8월이기에 무더위와 장마는 물론이고 태풍 발생도 예측하고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충분한 자연적 또는 인위적 그늘막이 준비되지 않아 2만 5천 개 천막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새만금잼버리는 실패작이다
충분한 음용수와 신선한 음식물의 공급 등 위생관리는 기본이다. 특히 시원한 샤워시설은 물론이고 집단생활이기에 깨끗한 화장실과 배출되는 오물, 쓰레기 처리와 악취 방지 등 환경 문제에도 철저를 기했어야 했다.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은 생사는 결과가 뻔하다.
실제 개영(開營) 첫날에 80여 명의 대원들이 온열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3일째에는 무려 1,000명이 넘어섰다. 그리고 뜨거운 햇볕 아래 화상자도 100여 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병원과 약국은 대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참여 국가는 불만족스러워했고, 특히 4500여 명의 대원이 참가한 영국은 대회장을 떠나 서울 등으로 이전했으며 미국 등 여러 국가도 동참해 새만금 대회장을 떠났다.
우리는 88올림픽과 월드컵 그리고 고성 잼버리를 무난히 끝낸 저력이 있다. 2023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는 국위선양은 커녕 총체적,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2017년 8월 개최지 선정 이후 6년간의 충분한 준비 기간이 있었고 1,1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행사기관에서도 관계자를 100여 회에 걸쳐 미국, 영국 등 해외에 파견해 사례 조사 등을 시행했건만 부정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주관부서들은 완벽한 준비를 갖췄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결국에는 정부가 나서고 기업과 종교계 그리고 교육계, 특히 국민 모두가 뜻을 모아 정성을 다해 다소나마 위로를 했다. 폐영 일정은 하루 당겼지만 K 팝 콘서트를 개최해 지친 피로를 풀어주었다. 앞으로도 커다란 국제적 행사를 개최하게 되겠기에 이번 행사를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참여 국가의 스카우트 잼버리 대원에게 머리를 숙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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