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위원장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위원장

와르르 무너진 기본
지난 2022년 1월 11일 오후 충격적인 영상 뉴스가 타전됐다. 광주광역시 화정동에 건설 중인 아이파크 아파트가 와르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는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장면이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세계 7대 우주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저렇게 원시적인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단 말인가?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설계도를 무시한 제멋대로 시공 때문이었다. 바닥 시공도 지지 방식도 설계도와 완전히 딴판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설계대로 시공해야 한다는 것은 건축의 기본 중 기본이건만 이같은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초래된 대형사고였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의 ‘기본’이 총체적으로 무너졌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음이었다.

쓰라린 와우아파트의 기억
돌이켜보건데 ‘기본’을 지키라는 경고음은 반세기 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고가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다. 1970년 4월 8일 새벽 6시 40분경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5층짜리 아파트가 한꺼번에 무너졌고 이 사고로 33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와우아파트 준공 시점은 1969년 12월 26일. 준공된 지 4개월도 되지 않아 아파트가 무너지는 희대의 참극이었다. 사고 원인은 기초가 허약한 부실시공. 산비탈에 세운 아파트라 70개의 철근이 촘촘하게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었지만 실제 투입된 철근은 5개에서 7개에 불과했다. 콘크리트 배합비율 또한 극히 불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와우아파트가 착공된 시점은 1969년 6월 26일. 착공 6개월 만에 완공하느라 ‘기본설계’와 ‘기본수칙’이 모두 외면되었던 것이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는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이 초래한 한국 건축사의 쓰라린 기억으로 기록되고 있다.
와우아파트의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야심찬 도전에 나섰던 시도가 바로 여의도 시범아파트이다. 튼튼한 아파트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시가 직접 건설 주체로 나섰고 최고품질의 골조를 사용했다. 지금의 벽식 구조가 아닌 튼튼한 라멘구조를 적용했으며 창호는 알루미늄 창호를 설치하는 등 기존과 차별화된 설비 및 시스템을 구축했다. 1971년 10월 시범아파트 준공일 기념식에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총력을 기울인 아파트이다. 그 결과 시범아파트는 50년의 세월이 지나도 아직도 벽에 못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함과 내구성을 거뜬하게 유지하고 있다.

망각된 와우아파트의 교훈
그러나 우리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와우아파트의 교훈을 너무나도 쉽사리 망각하고 말았다. 우리는 88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쾌거와 함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오명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 고도성장과 첨단 반도체 강국이란 화려함에 취한 나머지 기본과 기초를 외면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구멍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좋은 사례이다. 사고 원인은 와우아파트 때와 똑같이 기본설계를 외면한 철근 누락. 와우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년이 지났건만 기본을 무시하는 후진국형 부실시공이 여전히 계속되는 것이다.

심각한 기본의 실종
더욱 심각한 것은 기본의 실종이 건설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의 실종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고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참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기본의 실종은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 그리고 최근의 새만금 잼버리 파행사태와 학교 내 교권 침해 등으로 터져 나왔다. 기본질서와 기본수칙, 기본의식과 기본준비 그리고 기본실력과 기본양심 다시 말해 기본의 실종이 초래한 쓰라린 실패이자 아픔이었다. 이태원 거리 한복판에서 그처럼 어이없는 압사 사고가 발생한 거라고 그 누가 상상했겠는가? 수십 년 전 올림픽이라는 글로벌 행사를 거뜬히 치른 우리가 잼버리라는 국제행사 하나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 줄 그 누가 짐작했겠는가? 어쩌다가 교사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끌려다니고 폭행까지 당하는 어이없는 현실에 봉착한 것일까?
이제 차분하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정말로 소중한 가치인 ‘기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성장과 번영의 내달림 속에 우리는 똑똑해졌지만 그만큼 현명해졌을까?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기본은 매사 모든 일의 시작이며 끝이다. 공정과 정의에 앞서 우리는 기본부터 회복해야 한다. 기본 없는 화려함은 공허한 모래성이다. 기본이 결핍된 특별함은 뿌리가 약한 나무와 같다. 하루빨리 기본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태원 참사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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