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칼럼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은 금년 여름의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5월 3일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기상기구(WM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한 WMO 지역기후예측 국장은 금년 9월까지 엘니뇨현상이 시작될 확률이 80%라고 예측했다. 동시에 앞으로 2년 동안 지구 기온이 심하게 상승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같은 날 페테리탈라스 WMO 사무총장도 엘니뇨로 인해 지구의 기온 기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면서 세계는 홍수와 가뭄, 산불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조금 빠른 7월의 장마전선이 형성됐다. 또한 너무나 더운 날씨 때문에 짜증이 난다. 근래 들어 날씨가 불규칙적인 현상을 나타내면서 때 이른 폭우와 폭염이 널뛰듯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엘니뇨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가 약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스페인어로 어린 소년 또는 아기 예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남미의 페루 등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크리스마스 즈음 페루 연안의 해수 온도가 올라가 주산물인 멸치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은 조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냈기에 이 휴식은 예수가 주신 선물이라고 빗대어 엘니뇨라고 부른 것이 시초다.

지구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금년 지구상에 영향을 줄 엘니뇨 현상은 역대 네 번째의 초대형 엘니뇨(슈퍼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슈퍼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0.5도 넘는 일반적 엘니뇨보다 2도 이상 높은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 대기연구소(COLA)와 호주 기상청 등의 예측 모델에서 금년 여름 이후에 슈퍼 엘니뇨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세계 기상 관측이 현대화된 1950년대 이후에 1982~1983, 1997~1998년과 2015~2016년 등 세 번의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다. 돌이켜 보면 1982~1983년의 슈퍼 엘니뇨 당시 페루와 에콰도르에서는 평소의 40배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진 반면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 금년 네 번째의 슈퍼 엘니뇨가 몰고 올 이상 기후의 여파는 2024~2025년에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되고 있다. 슈퍼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는 인류에게 여러 면에서 예측 불허의 타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니뇨에 더해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슈퍼 엘니뇨 현상이 더욱 지속적으로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5년 이내에 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1.5도 이상 오를 확률 66%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식량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엘니뇨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는 몬순 계절풍에 방해가 되어 인도의 곡물 생산에 큰 지장을 주게 된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금년 국제 설탕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인해 곡물의 흉작으로 기아 국가가 속출하게 되어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긴박한 현실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가 간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러시아는 전쟁을 격화시키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차단하고 있어 세계적 식량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그뿐인가 슈퍼 엘니뇨 영향 국가에서는 무엇보다도 전염병 발생 우려가 높아 건강에 영향이 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의하면 2015~2016년 슈퍼 엘니뇨 시기에 미국 남부지역에서 페스트 환자가 증가했으며 탄자니아 국가에서는 콜레라 환자 그리고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에서는 뎅기열 환자가 급격히 발생했다.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기온이 상승해 전염병 바이러스 등의 전파에 좋은 조건이 된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엘니뇨현상에 따른 악영향은 각 국가별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서부와 남부지역에서는 40도가 넘는 기온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100년 만의 폭우에 이어 50도 가까운 폭염을 예상하고 있으며 동아시아는 폭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다소 때이른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서울 등 일부 지역 곳곳에서는 여태껏 들어보지도 못한 극한 호우라는 재난안전 문자가 발송되는 감당 못할 폭우가 쏟아졌다. 극한 호우란 1시간에 50mm와 3시간에 90mm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폭우가 내리는 경우다. 기상청의 발표에 의하면 6월 1일부터 7월 17일 사이 극한 호우가 28차례 내렸다. 이로 인해 50여 명의 생명을 잃고 엄청난 재산피해와 농작물이 유실됐다. 또한 폭우 사이사이에 불볕 폭염이 끼어들어 환경에 순응치 못해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
이제 지구는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들끓고 있다. 지금과 같이 안일하고 막연한 대처는 슈퍼 엘니뇨와 같은 기후변화에 너무나 늦는 뒷북 행정이 되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진국 특히 우리와 기후환경 조건이 유사한 국가와 협력하여 정확한 자료와 과학적 방법 그리고 피해 상황 등을 종합평가하여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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