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우리동네 영등포

시애틀?
거긴 내가 안 가봐서 모르겠고 명소라는 데가 원래부터 있는 것은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정을 마치고 소주라도 한 잔 할 요량으로 영등포역 정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영등포역부근에서 영등포 철길을 넘어가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하나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역사를 통하는 것과 둘은 영등포공원 끝부분 영등포문화원 건물 뒤 굴다리를 건너 영등포로터리로 나가는 것, 셋은 푸르지오아파트 앞 육교를 건너 쪽방촌으로 나가는 거다.
셋째 방법으로 영등포역 철길을 넘기로 했다.
해넘이의 스산한 노을에 도림천 너머 신도림역 빌딩 사무실에서 밝히는 불빛은 다리 밑에서 수시로 오가는 열차의 불빛과 열차의 소음을 덮고도 남았다.
육교를 건너 내려서면 쪽방촌이다.
역전, 사창가 몸 팔던 방을 손 좀 보고 살림집을 들인 거다.
한 블록 더 가면 몸 파는 여자들의 공간이다.
아직도 떠나지 못한, 불 꺼진 방들이 보인다.
육교를 지나다 일행 한명이 말한다.
“시애틀보다 난데요?”

건너편 해넘이 속 빌딩을 보고 하는 얘기다.
글쎄다, 시애틀을 안 가봐서.
모르겠다, 내가 본 도심 철도가 나오는 외국 영화는 고가도로를 시끄럽게 지나는데 영등포역 넓은 지상 철길은 위로 사람 다니는 길, 육교를 만들었다.
보기 힘든 길이다. 이런 길 없다.
철길 보호망을 보고 한마디 더한다,
세느강 다리에서처럼 열쇠를 걸자고?
글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쪽방촌 사람들이 조명으로 잠 못 들지 않는다면
큰 길 나올 때까지는 좀 밝았으면 좋겠고 육교도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걷거나 보는데 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쪽방촌 사람들이 불령선인(不逞鮮人)도 아니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시비 걸지 않으면 각자 생활을 하는 거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건너 불빛 밝은 큰 아파트 단지는 예전 크라운맥주를 만들던 맥주공장 자리다.
시애틀,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업도시로 배운 것 같다.
영등포는 공업도시였다. 지금은 문화도시이다.
특이한 곳, 거기 아니면 보기 힘든 곳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모으는 거다.
단언컨대 이런 곳 다시 없다.
사진을 잘 찍으면 볼만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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