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르네상스

김기남 공학박사/기술사, 주) 유캠퍼스 대표이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스마트도시경영 연구교수
김기남 공학박사/기술사, 주) 유캠퍼스 대표이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스마트도시경영 연구교수

최근 영등포구는 문래동 일대 기계금속 1279개 업체를 서울외곽이나 수도권 인근으로 일괄 이전하고 도시정비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영등포구 문래동 1-4가 일대는 1980년대부터 2,500여개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돼 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이곳은 ‘문래동’이라는 이름보다 ‘철공소 골목’ 혹은 ‘기계 금속 단지’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임대료 상승과 개발 압력,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문래동 1~4가를 중심으로 1,279개 업체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중 90% 이상이 임차 공장이고 기계금속가공 제조업이 1,003개로 전체의 75.8%를 차지한다.
1970년대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산업단지들은 점차 노후화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됐다.
인근지역인 구로구의 구로공단은 2000년대 들어 서울시 도심형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통해 첨단 디지털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최근까지 많은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현재 약 1만여 개의 업체와 15만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서울의 대표적 IT산업의 최대 집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문래동 기계금속집적지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들어오고 쇠 깎는 소리 대신 카페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분위기는 달라졌지만, 정작 내부사정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 심화 및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폐업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두 지역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
일괄이전후 재개발이 추진되는 문래동 기계금속집적지는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
우선 이곳은 철강 및 금속가공 업체들이 밀집되어 있어 관련 업종 간 협업 네트워크 구축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기계금속산업 생태계는 주조와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도색 등의 각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문래동 일대는 수도권 내 유일한 대규모 철공소 밀집지역으로서 각 공정의 숙련 기술 인력 확보가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뿌리산업을 보호하면서 4차산업기반 첨단 기술 융합형 도심형 집적단지로 재조성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청년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청년창업지원센터 및 시제품 제작공간 같은 지원시설부터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공간까지 다양한 인프라 확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젊은 예술인들의 유입을 통한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도심 공간 창출이 중요하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지면 예술은 점점 더 미래지향적으로 그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도시 자체가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도심지역 재개발은 청년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관광객 유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개발되는 문래동 지역이 시대 흐름에 걸맞는 관련 첨단산업도 병행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면서 업무·문화·주거 등이 융합된 스마트 콤팩트 단지로 재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부디 이번에 발표된 문래동 일대 기계금속집적지 일괄 이전 추진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 문래동 기계금속집적지가 서남권 신경제의 중심 첨단산업단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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