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우리동네 영등포

구청에서 부르는 동네 이름은 신길2동에서 영등포본동으로 바뀐지 14년이 되었지만 동네 어른들은 아직도 신길동이다.
오비맥주공장이 바뀐 영등포공원에서 신길동으로 넘어가는 골목은 복잡하다.
도로명 주소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공무원들 머리 좀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언덕을 내려가다 보면 좀 넓은 땅에 지붕이 덮여있는 건물이 있다.
빈집 같아 보이는데 대문에 대한천리교 裕星敎會(유성교회)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첫 번째는 그렇게 그냥 지나왔다.
한 번 더 찾아가 봤다. 포기하고 돌아올까 하는 중에 만났다. 골목이 정말 어렵다.
집 앞 그늘에 좀 쉬다 일어설 무렵, 노인 양반 한 분이 조그만 수레에 폐지를 담고 올라왔다.
어디까지 가시는지를 물어봤다.
날은 덥고, 언덕배기를 넘겨줄 요량이었다.
50년 넘게 옆집에 산다고 했다.

교회는 지금도 매월 6일에 집회를 한다고 하는데 이웃들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천리교(天理敎)는 알려지다시피 일본에서 발생된 종교이고, 동학이 발생될 때쯤 들어왔다고 하는데 대문을 열고 이웃들이 편하게 오고가는 종교는 아닌 것 같았다.
가난한 동네에 종교시설이 많다.
힘든 생활을 믿음으로 버텨나가기 때문이다.
고발 프로그램에 나오는, 어려운 사람들 등쳐먹는 목회자가 아니면, 종교시설이 비까번쩍하지 않다면 누가 탓하겠는가.
굴곡진 이곳에서 오십 년 넘게 지키며 허름한 이 집이 그들을 지금까지 지켜줬다면 찾아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힘든 골목길이 그리 불편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 언젠가는 재개발에 헐려 나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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