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뒤 세 차례 정관 변경, 2015년 두 번째 정관 변경 통해 운영재산과 재산목록표 삭제

   
▲ 김영주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의 개입해 재벌기업으로부터 486억 원을 모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미르재단이 법인의 정관을 개정해 재단의 구체적인 재산내역과 수입 및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규칙의 미비로 재산의 사용내역도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데다, 정관까지 개정해 외부에서 미르 재단의 지출내역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갑, 정무委)이 미르 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정관 변경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르 재단은 지난해 10월 설립 이후 11월과 12월, 올해 8월에 걸쳐 세 차례 정관을 변경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정관 변경이다.

미르 재단이 두 번째 정관 변경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정관 변경사유서를 보면 정관 별지에 재산총괄표와 운영(보통)재산 목록을 제외하고 기본재산만을 남겨두도록 정관을 변경한다고 돼 있다. 당초 미르 재단이 지난해 10월 문화부에 제출한 최초 정관 별지에는 기본재산과 운영재산, 재산총괄표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정관 개정 이후에는 운영재산과 재산총괄표가 사라져 있었다.

김영주 “미르 재단 부실 정관 졸속 허가, 사용처에 대한 국민적 의혹 들 수밖에 없어”

재단법인의 경우 기본재산과 운영재산으로 나누어 구분해 관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기본재산은 재단법인이 법인격을 부여받는 근거 재산으로,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단 이사회 의결은 물론 감독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기본재산 외의 일체의 자산을 뜻하는 운영재산은 이러한 제한규칙이 없다. 미르의 경우 정관 8조 3항에 따라 운영재산을 이사장이 정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미르의 운영재산은 기본재산 100억 원을 제외한 388억 원에 달한다.

결국 미르가 정관을 변경함으로써 재벌 기업들로부터 모은 388억 원의 운영재산의 목록과 사용처를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문화부가 이러한 미르의 정관 개정을 신청 하루 만에 허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7일 법인설립을 허가한 문화부는 설립 한 달이 지난 11월 26일 미르가 신청한 첫 번째 정관 변경을 같은 날 허가했으며 올해 1월 5일 신청한 두 번째 정관 변경도 다음날 허가했다. 8월 26일 신청한 세 번째 정관 변경은 9월 1일 허가했다. 설립 1년도 안 돼 재단법인의 근간을 구성하는 규범인 정관을 세 번이나 변경한 것이다.

이는 당초 문화부가 미르 재단의 정관을 부실하게 심사하고 허가해 준 결과였다. 더욱 큰 문제는 문화부의 규정이 미르 재단을 사전, 사후 감독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의 <소관 비영리법인 관리감독 규칙>을 검토한 결과 규칙 7조에 법인의 사업실적과 수입지출 결산서, 재산목록을 매년 의무적으로 소관부처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제7조(사업실적 및 사업계획 등의 보고) 법인은 매 사업연도가 끝난 후 2개월 이내에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주무관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첫째 다음 사업연도의 사업계획 및 수입·지출 예산서 1부, 둘째 해당 사업연도의 사업실적 및 수입·지출 결산서 1부, 셋째 해당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재산목록 1부이다.

그러나 문화부의 규칙에는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7조가 아예 삭제돼 있었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미르 재단의 수입, 지출과 재산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태다.

김영주 의원은 “미르 재단은 정관 변경으로 정관 변경으로 운영재산을 숨기고, 문화부의 관리.감독마저 받지 않는 이중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라며 “정부 부처가 정권의 실세들이 개입해 기업들로부터 모은 돈을 미르 재단 마음대로 쓰도록 하루만에 허가했다는 점만 봐도 이 돈이 과연 어디에 쓸 목적으로 조성된 것인지 국민들은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6일 열리는 국무조정실과 총리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총리실이 문화부에 즉각 관련 규칙을 다시 만들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지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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