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칼럼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12간지(干支)라 하여 12년을 주기로 동물의 이름을 붙여 각각 나이를 나타낸다. 첫 번째 쥐띠를 시작으로 네 번째를 토끼(卯)띠라 하여 금년은 계묘(癸卯)년이다. 계묘년은 검은 토끼를 상징한다.
동물전공학자들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서식하는 토끼는 92종(種)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중 우리나라에 널리 서식하는 멧토끼(산토끼)는 분류학상 토끼과(科)의 멧토끼 속(屬)에 속하는 포유동물이다. 산토끼는 콧등이 넓고 이마에 하얀 작은 점이 있어 일반 토끼와 구별한다.
필자는 시골에 살았기에 기억나는 것은 산토끼 사냥이다. 한겨울에 어르신들이 산속을 헤매며 토끼몰이를 하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토끼는 형태가 앞발은 짧고 뒷다리는 길어 산을 오를 때는 빠르다. 반대로 내리막에는 느린 탓으로 산 위쪽에서 아래 방향으로 몰이를 하면 잡힐 수 있다. 그러나 영리한 토끼는 깊은 굴속으로 숨어들기 마련이기에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한편 추운 날씨에 학교에 다닐 때나 방학기간 중 얼음판에서 팽이치기나 썰매 타기를 할 때가 있다. 손이야 장갑 끼면 되지만 귀가 시려 토끼털로 만든 귀마개를 하게 된다. 토끼털은 부드럽고 따뜻함을 더해 안성맞춤이다. 지금은 토끼털이 귀해 인조가죽으로 겨울옷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깨끗함의 상징 토끼
한편 집토끼는 유순해서 사람을 잘 따르기 마련이다. 어릴 적 장독대 뒤편 대나무 언덕에 야트막한 토굴을 파주면 토끼들이 스스로 다소 깊게 파고서 보금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먹이를 주면 굴속에서 나와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듯이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토끼는 깨끗한 풀을 좋아해 조금이라도 더러운 풀은 먹지 않는다.
풀 이야기가 나왔기에 클로버는 시골 어느 곳이든 잘 자란다. 흔히 세잎클로버는 정상적이며 행복을 뜻한다. 그리고 네잎클로버는 프랑스 나폴레옹의 전설에 따라 행운을 뜻하고 있다. 행복이든 행운이든 토끼는 클로버를 잘 먹기에 예부터 토끼풀이라 불렀다. 토끼풀을 베어 오면서 네잎클로버를 찾던 추억이 새삼스럽다. 금년은 토끼해인 만큼 네잎클로버를 찾아 우리에게 행운이 따랐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토양이 오염되고 이곳에서 자란 클로버를 비롯한 풀과 연한 나뭇잎을 먹이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리고 동요를 보면 산토끼는 깊은 산속 옹달샘의 깨끗한 물을 먹기에 오늘을 사는 인간에게 수질오염 지킴이의 파수꾼과 같이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는 토끼는 달(月)과 관련되는 내용도 있다.
오늘날 세계 강국들은 아폴로 호의 달 착륙에 이어 대담한 우주정복에 나서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지구에서 가까운 달 정복과 함께 연구가 한창이다. 이에 어린이 동심 속에는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는가 하면 토끼도 살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제는 계수나무는 벌목해 버리고 토끼마저도 달의 개발계획에 따라 소음공해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어 어린이들에게 실망을 줄까 걱정이다.
옛 우화(寓話) 중에는 바다 용궁 용왕의 중병을 고치기 위해 거북이를 육지에 내보내 토끼 간을 구하려 했으나 토끼는 영특하여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기에 토끼는 지혜롭고 현명함을 나타내는 동물로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요건을 갖췄다. 특히 금년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중요한 시기다. 또 하나 이와는 반대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가 있다. 물론 빠른 토끼가 느림보 거북이를 이길 것은 뻔하다. 그러나 토끼는 자만하여 쉬었다 가는 탓에 거북이에게 지고 말았다. 우리 주위에는 토끼와 같이 자기만이 잘났다고 으스대는 사람이 간혹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도 이를 기억하고 정도(正道)의 욕심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특히 근대에 와서 토끼는 쥐 및 개와 함께 의학기술 발전과 연구에 기여하여 인간의 건강에 크게 공을 세우고 있다. 독성물에 대한 생체 내 항체 생성이 용이하기에 의약품 제조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물 학대와 희생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세포배양 등 대체 방법을 찾고 있어 다행이다.

산토끼 보호에 관심 가져야
한편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우리의 토종인 산토끼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유는 국토의 67%가 산림이지만 개발과 훼손은 물론 교목(喬木)을 위주로 식생했기에 먹이가 되는 초원과 함께 은신처가 사라진 탓이라 하겠다. 그리고 산토끼는 연약하여 서식지의 환경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에 의한 포식자의 증가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물 다양성 면에서 산토끼의 보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토끼는 출산 주기가 짧고 다산(多産)하는 포유동물이다. 그리고 어미는 몸의 털을 뽑아 새끼를 따뜻하게 보육하는 모성애가 강하다. 특히 저출산에 따른 인구가 감소하고 도덕성이 무너지고 살벌한 현실에 무언의 교훈이 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새해에는 행복과 행운이 같이 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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