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내원 변호사의 알아두면 좋을 법률상식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법원에 뒤늦게 제출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2. 9. 16. 선고 2021다295165 판결)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고도 법원에 뒤늦게 제출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는 지난달 16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A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준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로부터 채취된 시료에서 정액과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유전자감정서가 첨부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회보의뢰가 있었지만, 검사는 공소 제기 당시 이 유전자감정서를 증거목록에서 누락했다.
A씨가 1심 재판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해 법원에 해당 유전자감정서 사본이 송부되자, 검사는 이후에야 유전자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A씨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심, 상고심을 거쳐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A씨는 “검사가 직무를 집행하면서 자백을 강요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검사가 기소 당시 확보된 유전자감정서를 증거목록에서 누락했다가 뒤늦게 제출한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해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며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됐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인 이 사건 유전자감정서를 뒤늦게 제출한 것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검사의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서 과실과 위법성, 손해의 발생 및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율원 대표변호사 02-581-1267(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저작권자 © 영등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