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천의 우리역사 산책

정노천(우리원형연구소, 시인)
정노천(우리원형연구소, 시인)

가양대교가 한강을 지나가면서 섬의 가장자리를 짚고 간다. 선유도 인데 그 앞쪽에 마치 지구와 달처럼 섬 하나가 물결에 씻기고 있다. 선유도에서 뚝 떨어져 도망가듯 찰랑이는 물결 속에서 등짝을 드러낸 악어 한 마리 수시로 새들이 날아 와 날개를 접었다. 

온전한 섬이 되기 위해선 새들이 내려앉아야 했다. 

사람들은 접근을 못하고 새들만 날아 와 이 섬의 주인이 됐다. 새들은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고 있다. 그 섬은 원래 선유봉과 한 몸이라고 했다. 개발이란 미명 아래 선유 봉우리를 깎아내고 섬 주변 모래를 퍼내면서 샛강 아닌 샛강이 생기고 선유봉은 선유도가 되면서 한 조각이 뚝 떨어져 나간 섬이 있었다. 아니 뚝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니라 원래 그 자리였는데 물결이 차면서 섬처럼 분리돼 보이는 조각섬이다. 그 섬이 악어처럼 생겼다고 해서 악어섬이라 이름 이 붙었다. 하긴 양화도 근처에 이무기 출현해서 주변 사람들이 구경하러 다녔다고 <매일신보 1919년 8월 16일자>는 전하고 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뱀이 천년동안 도를 잘 닦아서 용이 되려다가 마침내 용은 못되고 이무기가 된다는 말이 있다. 요새 경기도 관할의 양화도 근처 앞강에는 심한 가뭄으로 인해 원체 얕은 물이 매우 줄어들자 그 물속에서 반신만 내 보이는 하도 엄청스러운 이무기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자꾸 전파되어 주변사람들이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대체 이 말이 과연 정말이라면 구경거리겠다는 신문 기사가 있는 것을 보면 등천하지 못한 이무기의 모습일 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강이든 이무기 전설은 있다. 여의도의 ‘샛강’이 사이 강이듯이 악어섬은 정말 새들이 모여드는 새들의 섬이라서 ‘새섬’이 되어가고 있다. 100여 년 전에 부서진 밤섬이 점점 커가듯이 악어섬도 새들의 꿈이 모여서 점점 커지다가 결국은 모섬인 선유도와 한 몸이 될 거라 믿는다. 시멘트 옹벽을 쳐서 가둬버린 선유도, 정화되기 어렵고 강이 키워주는 성장까지 멈춰버린 외딴 선유도와 한 몸이 되고 백사장이 길게 드리운 선유섬이 될 날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 봉우리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키워보는 것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 아니라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말이다. 강과 봉우리와 모래밭, 새 그리고 이무기 전설들이 모여들면서 선유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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