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우리동네 영등포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구멍가게가 있어야 구색이 맞다.
굴(窟)다리는 길이 교차하는 곳에서, 밑에 굴을 만들고 차는 그 위로 다니고, 사람은 그 밑으로 다닐 수 있게 만든 다리다.
고가(高架)도로가 생기면서는 끊어진 마을을 이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밤동산 마을, 1호선 신길역에 이어진 동네가 밤동산 마을인데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한강에 면하여 밤나무가 수백그루가 무성하게 자랐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됐다 한다.

지역마다 밤나무골 지명은 다 밤나무로 연유된 것일 거다.
그 밤동산마을 재개발이 한참 진행 중이다.
그제 귀신바위 위치를 가늠하려 동네 한 바퀴를 돌았고 대방역 쪽으로 나오는 길에 굴다리가 나왔다.
굴다리 앞에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친근한 그림처럼 파라솔이 두 개 펴 있고 전봇대가 서있고 전깃줄이 복잡했다.
마을을 끊어 길을 만들었고 끊어진 마을을 굴다리가 이어주는 거다.
굴다리는 굴다리다워야 정감이 간다.
굴다리를 끼고 있는 집들은 대부분 거기가 거기다.
동생을 주워올 만한 자리는 없어 보이는데 선조들은 재주도 용했던 모양이다.
사람일 모를 일이다.

이용욱 사무국장(영등포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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