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순 (시인)

도도한 물결음조 낮은 지성으로 출렁여도
흐르지 못하는 저 호수
잡지 못한 그 사랑처럼 잡히지 않는 은빛 편린들이
한숨처럼 와 닿아
아름다운 것만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안개 속에 버물려지는 빛바랜 순정
부정과 냉소와 자학으로 온 몸을 포진하면
원초적 안부함께
흐려진 수정체 속으로 스미어
유령과 조우하는 내 비밀한 것들

바다 향한 너의 꿈 사라져 간 나의 꿈
수면위의 하늘 한가득
떠올랐다 가라앉고 가라앉았다 또 떠오르는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읽어 낼 수 없는 문자가 흩어지고 있다.

뒤척이기보다 차라리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은
욕망을 욕망이길 거부하는 저 호수
적셔도 젖지 않는 목마름이
모순된 진실로 퍼덕 거리다 사라져 갈지언정
굽은 허리 뉘어서 내 마음 부유처럼 떠돌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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