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근 SE코디(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전) 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베르너 좀바르트(1863~1941) 는 사회에 만연한 낭비와 사치에서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의 근원을 찾기도 합니다만, 우리 는 필요 이상의 물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것, 더 편리한 것, 더 좋은 것을 찾는 것에 익숙해 가고 있으면서 한편으로 그것에 比例(비례)하여 잃어버리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물건으로 채울 수 없는 이웃, 신뢰, 호혜, 협동, 연대, 가족, 안전, 환경 등이 그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경제 3요소는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구민)입니다. 3요소들이 잘 굴러가는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입니다. 그런데 2007년에 제정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16년이 되었는데도 흡족할 만큼 현장에서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도 의외로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서나 보고서의 첫머리는 이렇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의 8~90%가 사회적경제를,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 대한 사회적경제 교육은 거의 전무 상태입니다. 시민이 모르는데 사회적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구매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적·경제적 약자와 숭고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시작한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나 깨나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

만을 생각하는 시장경제를 이기기에는 아무래도 벅찰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에는 정부의 지원이 뒤따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예산상의 한계가 있기에 절대적으로 시민의 지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일방적인 지지가 아닌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또 다른 우리이기에 하는 동참(同參)이 필요합니다.

저는 일요일 아침이면 성당에 갑니다. 주일 미사에 빠지게 되면 의례적(?)인 고해성사가 싫어 95년부터 왔다리 갔다리만 하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매번 주보의 말씀은 읽습니다. 지난 사순 제3주일 생명의 말씀이 유난히 와 닿았습니다. 종로성당 김한수 신부님의 호의 호식(好衣好食)합니다, 덕분에인데 몇 문장을 옮겨 봅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대에도 방역과 의료에 애쓰는 이들 덕분에 건강히 지냅니다. 물건이든 음식이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속 배달해 주시는 분들의 수고 덕분에 여전히 모자람 없이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의 수고와 온갖 좋은 것이 가득한 세상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의 숙명을 그렇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아갑니다.

여러분 덕분에 살아가지요.

여러분도 여러분 덕분에 살아가지요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에 기대어 우리는 살아갑니다(寄生). 

우리들 서로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갑니다(공생, 共生).

우리 모두 덕분에 살아갑니다.

혼자 잘난 척 살아갈 수 있습니다만 혼자서는 못 삽니다.

잘난 척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덕분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불공정, 불평등, 양극화 등은 사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를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 낸 그것이기에 우리만이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데 희망이 있습니다. 그것이 또한 사회적경제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호혜, 협동, 연대의 숲으로 돌아가자고 애쓰는 몇몇만의 사회적경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배고프고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충분히 훈훈했던 그 시절의 쌍문동 시계골목이나 동백꽃 필 무렵의 간장게장 골목으로 돌아가고자 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적 약자가 없는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변과 일상을 봄꽃이 다 지기 전에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결국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우리의 일상이 되는 그날은 내가 내딛는 한걸음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選擇(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우리의 자녀세대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는 지금 제가 있는 영등포구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오늘도 여러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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