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칼럼

인간은 살다보면 하는 것 없어도 시간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그런가하면 어느 시기에는 정말로 눈코뜰때 없이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감당을 못하는 경우도 가끔은 겪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은 지금 우리 국민이 처해있는 실정과 같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봄소식이 전해지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논밭일에 매달려 한눈을 팔 수 없이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시기다. 여기에 더해 3년째 접어드는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종 등의 전염 확산은 끝이 보이지 않고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런가하면 20대 대통령선거까지 겹쳐 전국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인간사를 보면 불안속에 빈틈을 노려 항상 좋지 못한 사건들이 겹쳐 일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상 영동지역은 1월에서 3월경에는 눈과 비가 적은 건조기가 계속된다. 금년에도 예외없이 동해안을 중심으로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 한편 삼림(森林)은 혐기성과 호기성토양미생물에서 부터 1년생 또는 다년생 식물과 수백년 수령의 수목으로 구성된다. 그뿐인가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여 만물상을 이루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형은 백두대간을 중추로 하여 동서로 갈라져 있으며 동해안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지형에 따라 기상변화에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동해안 지역에는 계절적 특성으로 갈수기에 접어들면서 강한 바람이 불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형특성상 양양과 간성지방 사이에서 부는 특유의 바람골을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의 산림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황폐화 됐다. 그러나 60년대에 산림녹화의 조림에 치중하여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조금만 부주의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계절에 맞춰 유명산악인을 내세우는 등 방송매체를 통해 산불예방에 전념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비웃듯이 어이없게도 지난 34일 오전 1117분경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강원도 삼척지방으로 번져 나갔다. 313일 오전 9시경 까지 과거의 산불중 최장시간인 무려 213시간이 지나서야 주불이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말할것도 없고 재산상의 경제적 손실이 너무 커 최종집계에 의하면 1791억원의 피해이다. 산불면적은 울진의 18463헥타르와 삼척의 2460헥타르로 서울시 면적의 약 35%에 해당하는 20,923헥타르에 이른다. 그리고 이 시기에 겹쳐 발생한 강원도의 강릉과 동해시의 산불피해면적 4,000헥타르를 포함할 경우 24,923헥타르로 2000년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 23,794헥타르 보다 큰 역대 최대의 산불로 기록된다. 그러나 산림청은 강릉, 동해의 산불피해면적은 따로 집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 울진의 한울원전과 가스충전소 그리고 인근 주유소까지 확대되어 아찔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 뿐인가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의 200년 이상 수령의 대왕송인 8만여 그루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위협하여 필사적 방어 노력끝에 큰 피해를 모면했다. 또 하나 천만다행인 것은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울진군의 4개 읍·면과 삼척의 2개읍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 당장 살아야 할 주택 319채와 공장 및 창고 등 154곳과 농축산시설 139곳 그리고 종교시설의 31곳 등 전체 643개 시설이 완전히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진화에 동원된 누적인원은 69,698명이었으며 소방차 등 장비 6,180대와 소방헬기도 1,021대가 투입됐다. 산불은 거센 바람이 시시각각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퍼져나가 어려움을 겪었으며 고산지대의 곳곳에 거미줄 같이 연결된 송전탑의 고압선으로 인하여 진화에 큰 지장을 주었다. 진화에 참여한 10년이상 소방생활을 한 소방관의 실토에 의하면 산불진화중 이번과 같이 생명에 위험을 느낀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그 참상은 알만하다.

강원도 영동지역의 산불은 역사속에도 남아 있어 특히 조선시대부터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20054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현암리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은 북동풍의 바람을 타고 주변 소나무숲에 옮겨 붙어 천년고찰 낙산사가 전소한 끔찍한 예도 있다. 양간지풍으로 인한 산불은 200051일에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서 발생하여 동해안 4개 시군에 걸쳐 피해면적 23,138 헥타르가 소실된 사건도 있다.

이번 울진산불은 피해면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재빠르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며 현직 대통령은 물론 20대 대통령 당선인도 직접 방문하여 위로할 정도다.

야산의 산불은 대개 담뱃불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개인의 주의가 요망된다. 또한 임도(林道) 설치와 함께 야간전용의 대형헬기의 도입도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제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은 지력(地力)이 약하기 때문에 장마철 산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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