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규환 위원장(영등포구환경委․약학박사)

우리 인간은 참으로 묘한 인과(因果)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문화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은 악화 되어가고 있다. 환경의 악화는 인간의 건강문제로 이어져 곧바로 생명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즉 물질문명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공해 속에서 생명의 연약함이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주말이나 휴일만 되면 많은 도시민은 자연과 친해지려고 산과 물을 찾아 저마다 발버둥을 친다. 특히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긴 장마와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때문에 도시 사람들의 심신(心身)은 어느 해 보다도 지쳐있다.

이쯤되면 1박 2일 일정이라도 잡아서 도시환경을 벗어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특히 뙤약볕을 막아주는 숲속 산이 좋을 것이다. 더구나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을 둔 가정이라면 조용한 산사(산사)나 잘 가꾸어진 국공립자연휴양림을 찾아 떠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잠시 머물다가 결국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자연의 미미한 구성원이다. 도시의 꽉 막힌 빌딩숲과 생활 속 찌든 공해를 떨쳐버리고 잠시 자연 속에 묻혀 버리고 싶은 마음가짐도 있음직하다. 이러한 경지에 처해 보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재충전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삼림(森林)이야말로 환경과 연계된 건강자원의 한 축을 이루게 한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살아 숨 쉬는 생태체험 현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이치가 어떠한 것인지 배우는 기회가 된다. 자연의 고마움을 알고 자연과 벗 삼아 자연의 질서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숲은 우리 인간을 위한 심신치유의 공간이면서 건강을 도모해주는 장소이다.

숲속에 들어가면 특유의 향긋한 나무 향을 맡을 수 있다. 즉 ‘피톤치드’의 성분이다. 1930년대에 발견된 휘발성 아로마향으로 주로 침엽수에서 생성된다. 식물은 동물처럼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자기보호능력은 가지고 있다. 해충이나 각종 유해균들을 퇴치, 방어하기 위해 배출하는 물질이다. 여러 성분으로 구성된 ‘테르펜’이라는 유기물질이다.

본래 삼림이 갖고 있는 이러한 신비의 힘은 자연계와 서로 작용하면서 다른 생물과 공생(共生)하기 위해 필요한 힘이다. 사람도 자연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 효용을 받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사람에게는 삼림욕(森林浴)을 통해서 호흡하면 항균, 살균효과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의 기능을 받는다. 또한 심폐기능 강화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능의 피톤치드 성분 함량이 많은 나무 종에는 편백나무가 대표적이다.

근년에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편백나무를 다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무라 체 재질이 단단하고 항균력과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목재로서 실내뿐만 아니라 목조건물 또는 욕실용으로 사용되는 고급건축 재료이다. 특히 일본노천탕의 은은한 향도 편백나무를 사용한데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목적으로 울창한 숲을 걷는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남 장성의 축령산과 장흥의 우드랜드, 충남 보령의 성주산 등은 편백나무 삼림욕하기에 좋은 곳이다.

축령산은 사계절을 통해 심신 노약자와 암환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오랜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요양하기도 한다. 곧게 뻗은 편백나무는 올려다만 보아도 나무의 정기를 받는 듯한 감이 든다. 피톤치드를 몸으로 느끼려고 몸을 나무에 부딪치는 사람과 손을 뻗어 한 아름 가슴을 대고 있는 분도 있다. 피톤치드 향에 취해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도시생활에 지치고 의욕을 잃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기분전환을 해볼 만 곳이다. 자연 속에서 온갖 풍상을 인내로 버티고 살아온 나무를 보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깨닫는 것도 우리 생활의 양식이 될 수 있다.

삼림의 다양한 요소들, 특히 피톤치드와 각종 음이온의 건강증진 효과를 한번쯤 체험해 보는 것도 여름을 이기는 하나의 지혜다. 사람은 숲을 키우고 숲은 사람을 치유한다는 이치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영등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