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천의 우리역사산책

   
▲ 시인 정노천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화살을 담는 화살통 또는 주머니’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아마도 사냥이나 전쟁을 할 때 함(函)을 몸에 차고 다녔을 것이다.
<설문해자>를 집대성한 허신은 함(函)을 소전의 윗 자형인 𢎘(함)을 ‘혀(舌)’의 모양을 닮은 것으로 보고 성부라 했고, 함(函)을 ‘혀’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그가 갑골문의 존재를 몰랐었기 때문에 나온 풀이였다. 그렇다면 ‘함’의 독음은 어떻게 부여됐을까? 그것은 화살에서 첫음절 초성 ‘ㅎ’을 떼어내고, ‘담다’의 첫음절에서 ‘암’을 떼어낸 뒤 합치면 ‘함’의 독음이 생긴다.

즉, ‘ㅎ + 암 = 함’이 되는 것이다. 함(函)은 물건을 담는 상자(case) 또는 편지(letter)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인기 박사-

   
 

갑골문은 1899년 왕의영이 최초로 발견하게 되면서 3,500년 전 은나라 때 사용했던 갑골문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0년이 되지 않는다. 서기 100년에 <설문해자>를 집대성한 허신은 당연히 몰랐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 본디 함(函)자의 뜻을 모르고 ‘입안의 혀’ 모양이라고 착각하고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그당시 시각으로 최선을 다한 노력이었다.

어느 글자이든 처음엔 그림으로 시작된다. 구체적인 형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발음이 존재한다면 발음을 부여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들어 하나씩 원형이 밝혀지면서 형성자의 발음과 회의자의 발음부여방법이 드러나고 있다.

발음의 오류가 있는 이유는 바른 자형을 보지 못한 결과로 여겨진다. 이제는 글자의 원형을 찾아 발음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 당시 화살을 담은 용기라면 무엇일가? 화살은 사냥을 하거나 전쟁무기로 사용했다면 자신의 생명과 관계된 소중한 것을 담아두는 함(函)의 가치는 더 높았으리라 본다.

저작권자 © 영등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