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박사의 환경이야기

금연 건물로 지정된 곳이 늘어나고, 버스정류장 등 거리 흡연이 제한되며, 음식점도 일정 규모 이상이면 금연을 의무화해 점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직, 간접적인 피해는 다양하게 나타나며 직접 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최근에는 제3 흡연이라 하여 담배냄새가 배어 있는 의류나 공간이 우리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밝혀져 담배연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담배와 담배연기 중에서 확인된 오염물질의 수는 4,000개 이상이다. 이들 중 동물과 사람에게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합물은 60여 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담배연기로 인해 3,000여 명의 폐암 환자가 유발된다고 하고, 비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접흡연 노출과 건강위해성에 대한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연기로 인한 비흡연자의 건강 피해는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담배연기는 건강한 성인 비흡연자들에게 폐암을 유발시킬 수 있고, 담배를 피우는 부모와 함께 사는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은 부모와 생활하는 어린이들보다 폐기능 감소, 급성 호흡기계 감염 그리고 기타 호흡기계 증상들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한다.

담배연기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은 벤조피렌, 니코틴, 타르 등 화학물질과 카드뮴, 수은, 납과 같은 중금속 이외에도 최근에는 다이옥신과 같은 내분비계 장애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은 더욱 확실해졌다. 특히 다이옥신은 염소나 브롬 등의 할로겐화합물을 포함하는 연료나 쓰레기 등을 태우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환경오염물질로서, 우리 생활 주변을 비롯하여 지구 상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맹독성 물질이다. 내분비계 장애물질은 사람들의 생활환경을 통해 노출된 오염물질이 우리 몸의 내분비계의 기능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기존에 문제시되던 환경오염물질들이 주로 해당된다.

담배의 대표적인 유해 물질로 알려진 것은 니코틴과 타르이다. 그중에 타르는 일반적으로 담배의 독특한 맛을 내는 물질로 약 43종의 발암물질(암을 일으키는 물질)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 일 년이면 당신의 폐에 쌓이는 타르의 양은 종이컵으로 한 컵 가량 된다.

니코틴은 담배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성 물질로 담배 한 개 피에는 대략 1mg 정도 함유되어 있고 사람의 경우 40mg이 치사량이다. 아편과 거의 같은 수준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학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되며, 담배를 일단 피우기 시작하면 매 30~40분에 한 대씩 피워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담배 속에 있는 니코틴 때문이다.

담배의 독성에서 심각한 것은 다이옥신이다. 담배연기 중에 함유된 다이옥신에 대해서는 십여 년 전부터 알려져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담배와 담배연기 그리고 담배재 등을 구분하여 다이옥신 중 독성물질인 가장 독성이 강한 폴리염화디벤조파라디옥신(PCDDs) 농도를 조사했는데 담배연기 중 특히 heptaCDD가 가장 높은 농도를 나타냈는데, 이는 도시 쓰레기 소각로에서 채취된 맹독성 가스와 유사한 성분이다. 문제는 독성물질인 PCDDs가 담배 자체에는 없는데 유독 담배 연기에서만 검출된다는 점이다. 즉 직접 흡연을 하는 사람보다 담배연기에 의한 간접흡연이 더 위험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다이옥신은 사람에게 가장 해로운 맹독성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고 단위 또한 피코그램(pg, 1조분의 1)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른 화학물질에 비해 그린피스가 21세기 악마의 물질이라 규정한 다이옥신은 흡연 또는 간접 흡연으로 인해 체내에 들어가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까지 무려 30년 세월이 걸린다.

또한 다이옥신 5g이면 60kg 이상 되는 성인 5만 명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으니 원폭 이상의 놀라운 위력을 가진 공포의 살상 무기인 셈이다.

담배연기에는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알려진 환경호르몬도 다량 포함되어 있다.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여 내분비계를 직접 자극하거나 억제하여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도록 하거나, 적게 분비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내분비계는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 난소, 고환 등이 포함되며 내분비계 장애 증상들은 주로 정자수가 감소한다거나 생식기 변형 및 기능 저하, 착상률 감소, 유산율 증가 등이 있다. 다이옥신 역시 대표적인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생식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담배 중에서 검출되는 농약류는 담배잎 생산 과정 중에 쓰여진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등이 원인이다. DDT와 같은 유기염소계 농약들은 1940년대 말부터 쓰기 시작하여 1970년대 초에는 DDT를 포함하여 앨드린(강력 살충제), 클로르덴(무취의 살충액) 그리고 유사화합물들이 양적으로 수적으로 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현재에는 그 독성이 알려지면서 사용 규제 또는 금지를 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담배에서 검출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담배연기 중에는 대기오염물질로 잘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도 검출된다. 담배 1개비 연소 과정에서 발생되는 벤조피렌은 담배를 피우면서 내뱉는 연기인 주류연에서 20-40㎍, 생담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인 부류연에서 68-136㎍ 정도로 주류연과 부류연의 비는 3.4정도로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간접흡연의 피해는 다양하다. 흡연하는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폐암 발생률이 30%, 심장병 발생률이 40%가 더 높으며, 부모가 흡연하는 가정의 어린이가 천식, 중이염 등의 발현율이 6배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는 간접흡연의 피해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는 집의 영아는 급성호흡기 질환 감염률이 5.7배나 높고, 폐암 발생률도 2배(부모 양쪽 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2.6배)나 높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피해는 더욱 크다는 점이 담배와 담배연기에 의한 피해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이다.

 

저작권자 © 영등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