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숙 학장(대한노인회영등포지회 노인대학)

어린이집 문을 연 순간 탐스러운 난(蘭) 꽃이 방긋 웃으며 나를 반겨준다. 몇 시간 후에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 수상식이 있다. 그 어떤 상보다 보람 있는 상(賞)이라 여겨져 기쁨이 충만하다.

오늘이 있기까지 나를 버리지 아니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삶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동행을 해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영등포, 참으로 내 인생의 발자취가 깊숙이 박힌 곳이다. 힘겨웠던 생의 길 위에 또 하나의 넉넉한 추억을 새겨 넣는 것 같아 기쁨 앞에 ‘영등포’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40여년 이어져온 나의 영등포의 삶은 전쟁터였다. 도시의 변화무쌍(變化無雙) 만큼 내 삶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 나는 고희(古稀, 70세)를 넘긴 일흔 한 살의 할머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현재 없다. 또 장애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나는 장애물을 이길 내 관리를 하고 있다.

오늘 이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 수상은 더욱이 이 지역과 후진과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마지막 지역의 명령이며 약속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일본어강사의 일은 애국하는 차원에서 보람으로 알고 열심히 가르칠 것이며 2세 교육을 맡은 구청직장어린이집 운영은 내 손자, 소녀와 같이 사랑으로 키울 것이다. 먼 훗날 이 어린이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남을 좋은 할머니가 될 것이다.

오늘은 이 할머니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4명의 어린이 원생이 함께 동행 한다. 이 아이들은 내 손으로 5년 키워온 내 손자․손녀이다. 이 세상에 나 같이 보람 있는 할머니가 또 있을까.

가뭄에 시달리던 아픔도 효자비의 치료로 거뜬히 치유된 산뜻한 날씨에 수상식이 있는 것도 내 운명의 한 부분을 장식할 역사이다.

나는 재산의 유산은 없다. 열심히 살아왔고 자식을 바르게 키웠고 어머니로서 인내하며 최선을 다했다. 오늘 수상할 이 상은 자식에게 남겨줄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주겠다.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할 이 유산은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뜻 깊은 6월. 나는 6․25의 상처받은 대한민국의 딸이다. 완치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열심히 질곡(桎梏)의 50여 년을 보내고 있다.

부모도, 형제도 영등포구민이였음을 오늘 아침에 새삼 느낀다. 나를 돌봐주고 아껴주고 보듬어준 구민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신록이 풍성한 6월, 아픔과 기쁨의 희비가 엇갈리는 귀로에서 뜨거운 가슴을 움켜 안고 몇 시간 후 진행될 시상식을 앞두고 설렘이 찾아왔다. 많은 영등포구민에게 축하로 위로받고 싶다.(2001년 6월. ‘자랑스런 서울시민상’ 시상식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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