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투데이
오피니언기고
수필양화대교 건너서 선유로 길을 걸어간다
영등포투데이  |  webmaster@ydptoday.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1.10  10:26:38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msn
   

▲ 이경희慧文(수필가, 시인)

 

양화대교(楊花大橋)는 오늘도 꽉 찬 서울 버스를 끌어안고 힘차고 싱싱한 푸르름을 토해 내며, 지쳐 고개를 떨구고 꾸벅꾸벅 졸음을 부르는 힘겨운 일상의 얼굴들을 끌고 가야 하는 디지털 시대의 길 다란 하품을 뿜어내는 모습의 어제와 오늘을 긴 다리로 받치고 있다. 이어 두 얼굴의 신교와 구교는 한강에 윤슬을 내려다보며 항상 거기서 나를 끌어당긴다.

어려운 漢字의 네 글자를 겨우겨우 훑어 내고, 바삐 한강을 양팔에 끼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오른쪽 선유고등학교 역을 앞에 두고 살짝 미끄러지듯 우회전 방향으로 나 혼자 걸어가도 그대로 미련 없는 선유로 길을 만난다.

‘척 봐도 여기는 *영등포구인데~’

(*서울특별시의 남서부에 위치한 자치구, 2019년 8월 기준- 인구 368,566명이며, 구청 대표 캐릭터는 영롱이! 일반적으로 靈登굿과 관계되어 변형 표기된 永登과 물가가 합쳐진 명칭으로 봄)

줄지어 문 열린 맛난 가게들의 간판들이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어디로 갈까?’

레거시 미디어 시대를 훨씬 더 지나 이젠 손안에 폰만으로도 가만히 앉아서도 맛집과 저만치 멀리 있는 거리를 달릴 수 있는데, 두 발로 걸으며 아날로그 촉만 믿고 걷는 나는 양평역을 만나서도 그저 걷기만으로도 즐거운 걸 떨쳐 버릴 수 없다.

‘모두 다 들어가 보고 싶어’

‘어쩌지? 그럼 난 배가 불러 터질텐데 쿠쿠?’

“우와~”

왁자지껄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 맛집들의 안쪽 풍경들!

운치, 재치, 발랄이 함께 퍼지는 찻집들은 영등포구 양평동의 구석구석 아파트 빌딩의 한가로움에 백댄서가 되어 준다.

한 발 두 발 쿵쿵 따닥 쿵 선유로 길은 마치 타악기의 박자가 들리는 듯 흥미롭다. 즐겁다. 흥겹다. 물론 빌딩 숲을 지나 한가로운 담장을 지날 때면 영등포구 거리 구석구석은 작은 공원들이 思考力을 마구 끌어낸다. 한걸음만 천천히 걷다 보면 갑자기 칸트를 만난 듯 시간을 열어 본다. 한강 물 뒤편에서 가슴 속에 흐르는 생명력을 만난다. 단단하고 탄탄한 청장년들의 힘찬 발걸음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한우 한판?’

‘한판을 어찌 다 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선유로 길에서는 연인끼리 옆얼굴을 보면서도 한판은 반듯하게 입으로 들어간다. 맛난데 사랑도 함께 녹아 들어간다.

‘ㅇㅇ칼국수?’

‘내일 먹어야지~’

먹거리조차도 내일을 기다리게 한다.

눈을 돌려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곱창이 지글지글 찌찌글 찌글 반짝거리 모퉁이에서 눈빛으로 나를 부른다.

고개를 높여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이 한강 옆이라고 하얀 구름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반가운 마음에 하트를 날려 본다. 그들은 함께 모여 동그라미로 답을 한다.

“고마워~ 여기는 영등포구 선유로 길인데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가도록 하늘을 지켜 줘서!”

작게 소리쳐 본다. 수줍은 듯 빠르게 밀려가는 구름은 어느 새 내일이 빛날 것이라며 길게 느낌표를 뿌리며 양화대교를 지나서 저 멀리 행운을 주려 떠난다.

네모진 빌딩들 사이를 다시 걷는다. 깔끔한 작은 공원이 와락 포옹을 한다. S자형 길조차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될 듯 귀엽다. 방과 후 친구들과 모여 핫도그를 한 손에 들고 무엇인가 신나는 일이 있는지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깔깔 거리다 다시 입모양을 바꿔 보기도 한다. 영등포구의 빌딩 사이사이에 펼쳐지는 공원들은 중국발 먼지로 힘겨운 데일리 그라인드(the daily grind)에 산소를 뿜어 준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흥겹군’

이 소리는 영등포구를 키워 주는 원동력이다. ㅇㅇ초등학교가 여기저기에서 영등포구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비젼을 갖고 있는 카운티가 몇이나 될까?’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쿵쿵 쿠쿠쿵 간헐적으로 들리는 새롬이 건물의 雄飛하는 용트림은 선유로 길의 더 멋진 내일을 기약하는 소리다.

‘완전 더 멋쟁이로 탄생하겠는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다시 360도 돌리고 제자리에서 멀리 눈높이를 바꾸면 하늘 저 끝 비행기가 지나는 그 길보다 조금 낮은 곳에 높다란 아파트와 공장형 테크노 단지가 손짓을 한다. 영등포구의 미래다.

선유로길 살짝 옆으로 한강이 흐르는 가로수길들은 쭈욱 봄꽃 축제를 기다리는 둘이 하나가 되는 연인들의 순수하고 맑은 사랑의 소리가 한강 물줄기에 뿌려진다.

“여기가 선유도 공원이다! 우와!”

손을 맞잡고 강을 따라 걸어가면 어느 새 영등포구의 맑은 달이 물 위로 떠오른다.

 

< 저작권자 © 영등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영등포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포토
가장 많이 본 뉴스
1
“영등포 정치의 판을 바꾸겠다”
2
지역사회보장協 김광표號 출범
3
‘튼튼한 안보 확립’ 결의해
4
2020 희망공약개발단 위원 위촉
5
200조 時代, 새마을금고 ‘앞장’
6
수필
7
총선 출마, 본격 정치행보 재개
8
“젊은 일꾼답게 악착같이 일 하겠다”
9
15년째 이어진 ‘쌀 나눔’ 뭉클
10
적십자회비 납부, ‘구의회 앞장’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영등포투데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3길 23 코업레지던스 842호  |  대표전화 : 02-835-0966  |  팩스 : 02-835-0967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다-07564   |  발행인 : 김홍민   |  편집인 : 김홍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홍민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101-158070 (영등포투데이)
Copyright ⓒ 2011 영등포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n-bo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