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민 위원장(정의당 영등포구위원회)

   

▲ 정재민 위원장

 

지난 28일 대한민국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 졌다. 그렇게 대규모 인원(주최 측 추산 150-200만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는 주최 측을 비롯해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촛불집회였다는 것과 예열 기간 없이 단기간에 100만에 가까운 대중들이 ‘검찰개혁’ 구호를 들고 순식간에 모였다는 것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며 응축됐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된 형국이다.

무엇이 이토록 에너지를 폭발하게 했을까. 그것은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외치는 ‘검찰개혁’이라는 구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검찰이 ‘자신이 개혁의 대상이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왔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거리고 쏟아져 나온 것이다. 특히 조국 법무부장관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먼지털기 식으로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드는 ‘정치검찰’의 월권에 대한 분노, 그리고 과거 사법농단사건과 수많은 사회적 이슈에 미온적이었던 검찰의 행태와 뚜렷하게 비교되는 이중적인 검찰의 모습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선출되지 않은 사법권력’이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에 대해 주권자인 시민들이 견제와 경고에 나섰다고 바라봐야 한다. 그동안 개혁의 대상이었던 검찰이 갑자기 주인공이 되어 대통령의 인사권과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 개입하고, 언론에 피의사실 정보를 흘리면서 정국을 주도하려는 행태에 대해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판단하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 시기 촛불혁명의 가장 큰 요구는 적폐청산이었는데 그 청산의 첫 순위 대상이었던 검찰 권력이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민주주의의 위기’로 받아들였다.

검찰, 반성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이제 검찰은 자신의 지난 모습을 반성하고 주권자들의 매서운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9일 전날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해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들이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의 뜻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국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논의와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검찰 스스로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천명한 것은 다행이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 짜 맞추기 편파수사⋅부실수사를 해왔다는 오명에 대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줄 때 검찰이 변화를 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지금이야 말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재수사,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수사 등 그동안 검찰이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서 최근 한 달간 보여준 것처럼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움직여 성역 없는 수사와 분명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국회, 사법개혁법안 처리해야

그렇다면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은 누가 이행해야 하는가. 검찰 스스로 과거 잘못된 모습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을 기대하고 있기에는 주권자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법과 제도로 검찰개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있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수많은 민생법안은 뒤로 한 채 아직도 조국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쟁에 빠져 모든 이슈를 ‘조국블랙홀’에 빠트리고 있다.

이제 국회가 ‘검찰을 개혁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이번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 중 하나가 ‘공수처설치’였다는 점을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러왔던 검찰권한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 10월 27일 이후 상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개혁입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고 국민의 강력한 명령에 응답해야한다. 만약 국회가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이를 정쟁으로 몰고 가거나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분노한 촛불 시민들은 이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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