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원장(통달한의원)

   

▲ 김태현 한의사

 

3개월 이상 만성 통증에 시달리면서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일반적인 진통소염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섬유근통증후군일 수 있다. 특별히 다치거나 아프게 될 만한 계기가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으며 근육골격계 여러 검사를 해도 현재 증상을 설명할 만한 직접적인 원인이 없다. 병명이 생소하지만 여기저기가 아파서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병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다.

통증을 크게 급성통증과 만성통증으로 분류를 하는데 대개 3개월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은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 신호인데 통증에 관해서 뇌의 작용이 중요하다.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신경과 신경전달물질들이 뇌에서 종합되어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데 통증이 만성화되면 통증을 느끼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뇌는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중추로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뇌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자극을 일대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우리 몸의 모든 자극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면 정보량이 폭주해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옷을 입을 때는 그 순간에는 옷을 입는 느낌이나 감각이 있지만 하루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대개는 내가 옷을 입고 있는지 없는지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지내게 된다. 하루 동안 해야 할 많은 일 중에 다른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러한 의미 없는 자극은 줄이거나 못 느끼게 한다. 통증도 마찬가지이다. 내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그 목적이 달성되었으면 자연스럽게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통증이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아프지 않아야할 상황에도 계속 아프다면 뇌에서 통증을 인식하는 과정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우리 몸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적응하고 변화하기 위해 신경 작용이 부단하게 이루어진다. 적당히 정보를 가공하여 감소시키기도 증폭시키기도 한다. 신경이 새로 연결되기도 하고 신경과 신경의 연락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겼다면 통증에 대해서도 더 취약하게 된다. 몸의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염증반응을 조절하도록 개발된 진통소염제도 잘 듣지 않고 듣더라도 곧 재발하여 고통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이런 저런 병원을 전전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된다.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긴다면 통증 뿐만 아니라 몸에 불편한 다른 증상들도 생기게 된다. 피로, 수면장애, 두통 등이 흔하게 나타가게 되고 기억력감퇴, 우울, 불안, 관절 부종, 감각 이상, 소화장애, 손발에 쥐가 잘남 등의 전신적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런 증상을 각각의 전문과에 가서 진찰을 받고 치료를 받지만 특정 증상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다가도 재발하고, 특정 증상은 좋아졌는데 이번엔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근본적 해결이 안나는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 섬유근통증후군이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섬유근통증후군의 진단은 허리를 중심으로 좌우상하의 네 부분, 그리고 몸의 중심축에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로서 18개소의 부분에 대해 의사가 일정한 힘으로 눌러서 진찰 시 11개소 이상의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섬유근통증후군의 진단에 앞서 몸에 통증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없어야 한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는 대개 영상진단보다는 혈액검사와 같은 실험실 검사를 실시하는데 결과는 모두 정상으로 나타난다. 양방에서도 90년대 후반부터는 섬유근통증후군이 뇌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면제, 항우울제나 항간질제와 같은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으로 증상을 조절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은 그 작용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섬유근통증후군이라는 진단 기준과 용어정립이 1990년대에 이르러서 확립된 것과는 달리 한방에서는 오랜 관심이나 주제였다. 몸의 전체와 부분의 증상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체력저하나 기능저하로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통증을 치료해왔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서 섬유근통증후군의 치료에 있어서 한방에서 해왔던 침치료나 한약치료를 응용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신경기능을 조절하는 침치료나 체력을 보완하는 한약치료가 수면제와 항우울제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장기적으로 사회비용적으로 장점이 많아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세심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원인을 모르는 통증이 생겼다면 내 몸에서 일상과 다른 현상이 일어다는 것이다. 3개월 이상의 알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되고 있고 재발되고 잘 사라지지 않는다면 꼭 그 원인에 대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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