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詩, 시인 이태순

   

시인 이태순

 

            그냥 지나친 빈 페이지

              시간도 사연도 깡그린 멎어 선 휴게소

              아무도 가보지 못한 행성인 듯

              사무치도록 애꿎은 시간을 품고

               함구와 침묵으로 은밀히 삭고 있었다

 

모자라고 서툰 내 삶의 일부인양

인생을 절여 둔 한 장 한 장 틈에

명분 없이 매달려 외면당한 저 낱장같이

나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도

까마득히 모른 채 살아 왔을까

 

순수가 숨바꼭질 하는 기억의 통로

잠시 쉬어 가도 좋을 허허로운 벌판어귀

저 무상의 인큐베이터

생의 역사가 잘라 먹혀 진 공터를

고향집 뒤뜰처럼 한적히 비워 두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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