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 시인(육필문학관장)

   

▲ 옛 추억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카사블랑카의 'Rick's cafe'에서 추억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희정 작가가 사랑을 생각하며 그곳에 서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하얀 집은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도 하얀 집이고 아랍 에미레이트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그랜드 모스크 외벽도 흰색이다. 그리스 아테네도 거의 백색 도시다.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즐겨 입었던 저고리 색도 흰색이 아니던가.

흰색은 눈이나 우유처럼 순수하고 선명한 색깔이라는 사전적 어원을 가지고 있다. 아마 흰색은 순수하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흰색은 무엇이든 잘 어울린다. 어느 화가가 말하기를 사람은 흰색과 닮았다고 한다. 하얀 도화지에 다양한 색이 뒤엉켜 새 그림을 그리듯, 사람도 환경과 관계에 의해 변화하는 삶을 적응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이름 중 하나로 통하는 ‘카사블랑카’. 불어로 ‘하얀 집’이란 뜻이다.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북부에 위치한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인 카사블랑카에 왔다. 카사블랑카 하면 1942년에 방영된 영화로 인해 유명해진 도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카사블랑카’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함께 오랜 세월동안 로맨스 영화로 영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남녀의 전형적인 삼각관계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다. 2차 세계 대전 한복판, 카사블랑카는 미국행 비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였다. 독일 점령 치하에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도주하는 이들이 주로 거쳐 가는 도시이기도 했다. 전쟁의 공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공간속에서도 남녀의 사랑은 싹트게 마련이다.

카사블랑카 영화는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재회 그리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희생과 음모로 가득한 미스테리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주인공 릭 역을 맡은 험프리 보 가트와 일리사의 역을 맡은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는 시청하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에 파리에서 사랑했던 여인과 그녀의 남편, 빅터 라즐로의 비자를 만들기 위해 카페마저 정리하는 릭의 사랑은 숭고해 보인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사랑은 백지 같이 순수한 것이다.

대서양의 파도가 북아메리카의 뜨거운 태양과 함께 밀려오는 곳, 카사블랑카의 핫산 2세 모스크 벽도 흰색이다. 카사블랑카에 와서 느끼는 릭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룰 수 없는 일리자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한마디로 부럽기까지 하다. 안개 자욱한 비행장에서 릭이 일리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은 남자의 가슴 아픈 사랑을 절감케 해 준다. 옛 추억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카사블랑카의 'Rick's cafe'에서 추억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당신 눈동자에 건배!”는 놓칠 수 없는 명대사다.

 

이것은 기억해야 해요

키스는 단지 키스일 뿐이고

후회는 그저 후회일 뿐이라는 걸요

근본적인 것은 그대로죠

세월이 흘러도

두 연인이 아직도

사랑한다고 속삭이면,

사랑을 믿으세요.

미래가 어떻게 되든지 말이에요

세월이 흘러도

......

세월이 흘러도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 ‘As Time Gㅇes By’ (세월이 흐르면) 중에서

버티 히긴스(가수)가 카사블랑카 영화를 감명 깊게 보고 부른 카사블랑카 노랫말 중에는 “키스는 멋진 키스지만/당신의 한숨이 없는 키스는/ 진정한 키스가 아니예요”라는 가사가 있다.

당신의 한숨이 없는 키스는 진정한 키스가 아니란다. 그만큼 사랑은 아픈 것이다.

순수한 사랑은 아프다.

“당신 눈동자에 건배!”

저작권자 © 영등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