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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포르투칼 카보 다 로카노희정 시인(육필문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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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6  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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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대륙의 끝에 서 있습니다.

대륙의 거대한 역사가 백마 타고 대서양 파도를 가르며 뭍으로 달려옵니다. 아시아에서 온 작은 여인의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았던 비밀의 문이 열쇠 없이 열리는 기분입니다.

기타와 만돌린 음악에 맞추어 검은 옷을 입고 포르투칼의 민요, 파두를 부르는 아말리아 로드라게스(포르투칼의 국민가수)의 한 서린 목소리가 대서양 하늘 위에 울립니다.

누구에게나 비밀 하나쯤은 가슴속에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을 겁니다. 신에게까지도 숨기고 싶은 하얀 거짓말도 수없이 하고 살았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삶 한 보따리를 들고 와서 대륙의 땅 끝에 풀어 놓고 있습니다.

저 멀리 비릿한 슬픔을 딛고 밀려오는 파도가 있습니다.

저 멀리 절망을 포효하며 달려오는 파도가 있습니다.

저 멀리 태양의 열정을 품고 오는 파도가 있습니다.

저 멀리 파두의 음악, 광기처럼 무거운 희망 한 아름 안고 날아오는 파도가 있습니다.

이제까지 끌어안고 살아 온 검은 흔적을 정화시키기 위해 바다로 떠나보내야겠습니다.

포르투칼의 서사시인 카모잉스의 말처럼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이곳에서 말입니다.

그릇도 비워내야 채워지는 것처럼 생각의 그릇 속에 새로운 이야기를 채우렵니다. 시작은 곧 끝이고 끝은 곧 시작처럼 말입니다.

서양의 바람과 함께 파두의 음악에 실려 한 남자가 떠오릅니다. 포르투칼 여행 중 작은 도시에서 자유시간을 얻었습니다.

일행 없이 혼자 여행하는 나는 더위를 피해 생맥주집에 들어갔습니다. 흑맥주 한 잔을 안주 없이 시켰습니다. 흑맥주를 따르는 남자의 눈이 매력적이어서 슬쩍 훔쳐보았습니다. 포르투칼인의 피부를 닮은 흑맥주 한 모금은 여행에 지친 오장육부를 회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남자, 자신의 흑진주 같은 눈동자를 닮은 까만 올리브 한 접시를 제 앞에 내려놓습니다.

서어비스랍니다. 검은 올리브 한 알을 입에 넣었는데 맛이 환상적이었습니다. 공짜라서가 아니라 이제까지 먹어 본 올리브 맛 중 최고였습니다.

난 그에게 엄지 척을 해 주었고 잘생겼다고 어설픈 작업을 걸었습니다. 내 어깨를 내어주고 그의 어께에 머리를 기대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흑맥주 세 잔을 마시고 검은 올리브 세 접시를 비워내는 시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갑니다. 잘 생기고 정 많은 그 남자가 한동안 그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카 카보 다 보카를 ‘위대한 에덴’ 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포르투칼 리스보아주에 있는 대서양 연안의 곶 카보 다 로카에서 추억을 되새김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대서양이 멋지게 학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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