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축구 후 마을청소로 진짜 봉사, 축구도 신흥명문으로 등극

   
▲ 모든 회원들이 나서 대동초교 후문 길을 말끔히 청소하는 대호축구 회원들.
   
▲ 이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축구경기가 계속돼 동료들의 우의와 친목을 더욱 두텁게 다졌다.
   
▲ 영등포의 최고단체로 이끌고 있는 천우일 회장.

대림2동을 대표하는 대호축구회(회장 천우일)가 지난 6일 창립 제38주년(창립일 5월 5일)을 맞았다. 회원 70여 명 중 35명의 동호인들이 참석해 축구를 하는 이날도 대동초교 운동장에 모여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며 짧지만 깊은 인연을 이어갔다.

대호축구회는 지난 38년 동안 구청장기‧연합회장기 등 각종대회에서 여러 차례 정상을 밟았고 장학회, 야유회 등으로 끈끈한 정도 나누며 하나가 됐다. 올해에도 벌써 실버(60) 축구단 우승, 연합회장기 장년부(50대) 우승, 청년부 준우승, 대림새마을금고 배 우승 등을 하며 영등포의 신흥명문으로 한자리를 꽤 찼다.

이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서울에 내린 강우량은 15mm정도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에 푹 빠진 이들에겐 비는 조연에 불과했다. 녹색그라운드에 30대부 청년부터 50대 장년까지 다양한 이웃들이 모여 즐거운 취미를 즐기며 한 나절을 보냈고 그 빗속에서도 매주 실시하고 있는 뜻 깊은 봉사활동도 계속했다. 학교 주변 인근을 말끔하게 청소하는 것이 대호축구회의 봉사 프로그램이 됐고 이제 자신이 사는 동네와 아이들에겐 ‘깔끔함’을 선물하는 것은 작은 기쁨이 되고 있다.

사실 대림2동은 조선족, 한족은 물론 베트남인 등 외국인이 어울려 사는 다문화 동네다. 그러다보니 공동체 현상의 해체는 물론 청소, 범죄 등 기초적인 생활편의와 안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더 많은 노력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형식적인 행사나 구호에 가려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축구회가 어렵게 마을청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현(대림2동 주민센터)팀장의 권유로 이만영 자문위원이 접수하고 그 당시 회장이었던 이성희 명예회장의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현 팀장은 “동(洞)에서 재활용봉투, 집게 등 청소도구를 지원해 줄 테니까 한 번 해볼 수 있냐”고 물었고 이만영 자문위원은 이를 수락, 이성희 당시 회장과 실천계획을 세워 지난 1년간 30분정도 대동초교 후문 등 인근을 청소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담배꽁초, 우유팩 등 오물을 수거해 이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는 물론 마을 주민들에게도 깨끗함을 선물해 온 것.

이성희 명예회장은 “내‧외국인이 뒤섞여 살고 있는 이 동네는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의식에 결여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후 “동(洞)에서 한 번 해보자는 청소 제안을 받아 들여 지난해부터 마을청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구체적인 효과는 없지만 학생들의 등굣길과 이 동네에 사는 이웃들에게 미세한 현상을 느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일종의 넛지(Nudge) 현상 같은 결과들이 시나브로 나타나고 있는 것. 부족한 시간 등의 제약 속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현대인 특히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공존하는 대림2동의 주민들로서는 곤혹스런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 교수가 제시한 ‘넛지’ 개념을 써보면 공동체 의식의 함양 등 많은 분야에서 시나브로 도움이된 것이다.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건드린다는 것인데,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이날도 동호인들은 축구를 신나게 즐긴 후 집게 등 청소도구를 들고 대동초교 후문에서 시장 쪽 1km를 구간을 말끔히 치웠다. 깨끗해진 거리에 그동안 버려왔던 담배꽁초나 휴지, 빈병 등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일명 ‘넛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자원봉사에 나선 김형욱 총무는 “이것저것 챙기며 4년간 봉사해 왔다”며 “처음에는 학교 후문 앞에서 마을청소를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또 축구만 하면 되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주 두주가 지나면서 봉사는 축구하는 것 이상으로 보람을 갖다 주었다고 밝혔다. 또 이만영 자문위원은 “사실 1년 전 까지는 축구만 했지, 남을 위한 봉사는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누군가를 위한 작은 움직임이 이렇게 만족감이 큰 것인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축구회를 이끌고 있는 천우일 회장도 “단체를 이끌다보면 아주 작은 것에도 다툼이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축구회는 선후배의 화합과 이해 그리고 최대남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일취월장하며 영등포구의 대표적인 체육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남을 위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전개해 모두가 함께 공동, 공생하는 축구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호축구회는 축구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봉사를 적극 실천해 모두가 존경하는 생각 깊은 팀으로 비상한다는 꿈을 밝히며 파이팅을 외쳤다.

   
▲ 창립38주년을 맞아 축구경기에 나선 대호축구회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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