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규환 위원장(영등포구환경委, 약학박사)

   
▲ 나규환 위원장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러 들녘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다. 농민은 오곡백과(五穀百果)의 풍요로움 속에 1년의 고된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분주하다. 동물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겨울나기와 함께 종족보존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로 씨앗 영금 뿐만 아니라 잎눈과 꽃눈을 덮어 씌워 겨울을 이겨내려 한다.

또한 미물(微物)인 곤충(昆蟲)도 예외 없이 땅속 등에 알을 낳고 복잡한 탈바꿈으로 애벌레를 키울 준비를 한다. 오늘날 늦가을 벼 수확기에 접어들면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통통하게 살찐(?) 메뚜기잡기를 즐겨한다. 어린 시절 농촌들녘에서 메뚜기와 방아깨비를 잡아 강아지풀줄기에 꿰거나 빈 유리병에 잡아 냄비 등에 볶아 먹기도 했다. 또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낸 후 익어 나오는 번데기도 솥에서 건져 먹던 추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근래에는 방송프로 중 오지탐험대(奧地探險隊)들이 아마존밀림지역에서 날 것으로 먹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옛 추억거리와 미개(未開)한 먼 나라의 풍습으로만 여겨졌던 사실들이 겹쳐져 오늘에 사는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식용곤충류(食用昆蟲類)는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문화에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즉 식용곤충류는 미래의 식량자원이라는 것이다. 이미 일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식용으로 많이 보급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고급요리점에서는 곤충요리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일부 종교국가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육류(肉類)처럼 금기(禁忌)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인구증가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식량난을 해결하기란 참으로 암담하다. 식물자원 뿐만 아니라 동물사육이 더욱 힘들지만 이들에서 얻어지는 탄수활물과 단백질, 지방분의 공급은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특히 단백질과 지방분의 공급원인 축산업에서는 폐기물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溫室)가스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현재의 연구진행 결과로는 식용곤충류가 훌륭한 영양공급원이 될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곤충류는 약 15,0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곤충류는 동물에 비해 기르는 과정이 친환경적(親環境的)이고 영양가치도 육류와 비슷하여 대체식량(代替食糧)으로의 가치가 높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는 곤충식품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2월 산림청 주관 하에 사단법인의 식용곤충연구회가 발족하여 정보와 소식 등을 소유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2014년 식약처에서는 ‘갈색거저리애벌레(고소애)’와 ‘흰점박이꽃무지애벌레(굼벵이)’ 두 종류를 식품원료로 인정하였다. 여기에 2015년에는 ‘장수풍뎅이애벌레’와 ‘귀뚜라미’를 한시적(恨時的)식품원료로 추가하였다.

특히 2015년 2월에는 경기도 양주시 농업기술센터와 한국외식과학고, 곤충산업연구회가 업무협약을 맺고 곤충식품요리개발의 보급업무를 다루기로 하였다. 우리나라도 곤충이 미래에 닥쳐올 식의약품(食醫藥品)원료로서 크게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세계 곤충산업은 2007년 11조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38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곤충은 작은 가축이라고 부를 정도로 식량안보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내 산업은 2014년 2000억 원에서 2015년에는 3000억 원이 넘어 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곤충식료품은 맛과 영양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아연과 같은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류도 풍부하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높아 환자(患者)를 위한 특수식품 개발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5년 7월 경기도 과천시 경마공원에서 농축산부 주관으로 곤충요리경연대회가 개최되어 곤충이 지닌 식품으로서의 무한한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학습․연구용과 애완용 곤충으로만 시장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제 세계는 곤충식품개발에 경쟁중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후조건과 지리적 환경에 맞추어 인공사료 등을 개발하여 곤충사육을 통한 농촌의 부업(副業)으로 각광 받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귀뚜라미가 식용으로 사라져 가을밤의 정감어린 울음소리를 듣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니 자꾸만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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