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천의 우리역사 산책 20

   
▲ 시인 정노천

開天 1565년 상월(10월) 3일에 단군왕검이 도읍을 아사달에 정하고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했다(開天一千五百六十五年上月三日―阿斯達建邦號朝鮮)고 고려 시중(侍中)이었던 이암(1297-1364)이 쓴 <단군세기>에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개천은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해를 기준으로 하는 단기가 아니라 그 보다 1565년 이전을 기준으로 하여 개천을 사용하고 있으니 고조선 이전 나라 구리(九黎)의 세움을 개천으로 표현하고 있다. 단군이 세운 고조선은 나라를 세운 개국절(開國節)이다. 중종 때 이암의 현손인 이맥이 <태백일사> 신시본기에서 개천의 정의를 ‘천상에서 내려가 이치대로 세상을 다스리게 된 것을 개천이라 한다.(徃理世之謂開天)’라고 했다. 분명히 개천은 조선(朝鮮)의 단군시대가 아닌 구리(九黎)의 한웅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개천절 행사는 단군을 기원으로 하는 단기와 동일하게 개천 4340주년이라고 하는 말은 성립될 수가 없다. 개천절 행사를 하려면 단기에 1565년을 더한 한웅시대 즉 구리 시대를 말하는 게 정확하다. 국어사전에 ‘개천은 세상을 다스리도록 한웅을 내려 보낸 것. 첫 한웅 거발한은 기원으로 단기전 1565년 전이고 국호는 九黎, 백성은 苗民이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나라를 건국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도 구리(九黎)는 개천(開天)이라 하고 조선은 건방(建邦) 혹은 개국(開國)이라고 표현한다. ‘國’도 ‘나라’를 표기하지만 울타리가 있는 나라로 ‘성읍국가’를 말하고, ‘나라’이지만 울타리가 없다는 것은 ‘國’보다는 ‘큰 나라를 ‘邦’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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