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원장(통달한의원)

   

▲ 김태현 원장(통달한의원)

 

제법 날씨가 서늘해지고 낙엽이 지는 가을이 되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있듯이 사람의 일생에도 유년, 초년, 중년, 말년의 삶이 있다. 여자의 경우에도 각각 시기에 따라 몸 상태와 건강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변화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여자를 여자이게 하는 것은 성징으로 대표되는 신체적 특성과 행동 양식, 마음가짐이다.

갱년기는 가임력이 쇠퇴하였음을 암시하는 하나의 현상이다. 계절적으로 가을에 해당하는 이 시기를 맞아 달라진 몸의 변화와 정체성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갱년기쯤에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이해하면 좀 더 슬기롭게 이 시기를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를 결정짓는 신체적 특징은 호르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호르몬의 차이로 다른 특성이 발현되는데 갱년기에는 가임기와 다른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갱년기에는 사춘기에 시작되었던 여성 호르몬의 역할이 줄어든다. 40대쯤이 되면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난소의 크기와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난소에서 난자와 난포가 감소하게 되고 차츰차츰 여성성을 발현하는 에스트로겐이 줄어들게 된다. 몸에서는 이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 더 만들라고 난포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것이 난포 자극 호르몬이다. 자연스럽게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몸에서는 에스트로겐을 만들라고 난포 자극 호르몬 분비하여 재촉을 하게 된다. 이 결과 월경주기가 짧아져 불규칙해지게 된다.

갱년기의 첫 신호가 월경주기가 짧아지고 불규칙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난포 자극 호르몬은 얼굴을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와 깊은 관련이 있어서 갱년기 증후군으로 상열감, 땀 분비 등의 불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갱년기 과정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고 난포가 소실되고 배란이 중단되면서 점차 폐경이 되게 된다.

폐경이후에도 여성 호르몬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월경기에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과는 다른 에스트로겐의 한 종류인 에스트론이 분비된다. 에스트론은 피하 지방층에서 형성되는데 체지방이 너무 적은 경우에 이러한 에스트론의 형성이 불충분하므로 갱년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체지방이 너무 많은 경우 내분비 장애를 일으키고 자궁 내막이 과하게 두꺼워지는 자궁내막증식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갱년기로 가면서 생식기관은 임신과 출산을 위한 기능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므로 골반 혈류가 줄어들게 된다. 골반 혈관계는 골반 내 장기들이 형태와 제 위치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류량이 감소하면 내부기관들도 위축되고 아래로 처지게 된다.

밑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나거나 실제로 자궁이 처지는 것은 골반 혈액 순환 상태가 나빠져서 그런 것이다. 혈액 순환이 떨어지면 온기가 줄어들고 음핵과 질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성기능이 저하되고 건조해진다. 골반 내 요도에도 변화가 오는데 혈류량 저하로 요도 점막의 탄력이 줄어들어 요실금 현상이 생기고 마르고 메말라져서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생길 수 있다.

갱년기가 되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사회적으로도 자녀를 교육을 시키고 개인적 시간 여유가 생기거나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을 때가 많으므로 바쁘게 지냈던 젊었던 시절과는 다른 상대적 빈곤감이 생기게 된다. 혹은 여전히 나를 둘러싼 주변 생활이 힘들어도 다른 사람과 다른 내 처지에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몸의 변화가 나타는 때에 대개 이러한 사회적 변화도 나타나므로 불안, 우울감, 분노, 욕구불만 등의 다양한 심리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 반응이 몸의 증상과 결합된 상태를 심신증이라고 하는데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은 충격 때문이 몸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 질병으로 나타난다. 대개 이런 상태가 되면 불편한 증상은 있는데 병원 검사 상 딱히 진단할 만 한 병이 없으나 본인은 불편감을 호소하게 된다.

갱년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나타나는 변화는 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관심을 가지고 경우에 따라 의료인과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가을에도 이상기후로 인해 태풍이 오거나 날씨가 나쁜 날이 있는 것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패턴이 몸과 마음에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갱년기의 불편 증상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상담 267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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