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노천의 우리역사 산책 19

   
▲ 시인 정노천

설·추석 명절 차례는 원래는 ‘효’에서 나온 거라고 한다. 제사는 원래 천제께 저승세계에 가 계신, 즉 하늘에 계신 우리 부모 잘 좀 봐달라고 자식이 부모님을 위해 기원하는 것이다. 돌아가신 날이 되면 저승세계에 가신 날을 기념하여 상제께 기원하는데 그날이 되면 몇 년 전 오늘 몇 월 몇 시에 가신 아무개가 있다고 알리고 그분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연세대 한재훈 교수>

돌아가신 날 되자마자 아침에 1순위로 가장 먼저 고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천제를 위해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리다가 12시 땡 하면, 그날이 되자마자 첫 번째로 가장 먼저 천제께 절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부모님을 위해 찾아뵈니 제사를 부모님을 위한 효라고 하는 거랍니다.

요즘은 부모님 생전에 드시던 거 제상에 올려놓고 초저녁에(돌아가신 전날) 제사를 드리는데 이거는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 귀신이 와서 먹고 간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또 부모님께 사업 잘 되게 해달라는 둥 하는 것도 귀신을 부르는 거고 효와는 상관도 없는 이기적임 행동이라고 한다. 그래서 커피. 바나나 등 마구 마음대로 올리는 게 아니다. 뿐만 아니라 천제께서 가동하시도록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나 잘되게 해달라고 비는 게 아니라 저승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비는 거다.

전날 초저녁 제사는 돌아가시지도 않았던 전날을 기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다. 그럴 바엔 차라리 돌아가신 당일에 지내야 한다. 한마디로 제사는 부모님을 위한 거지 자식을 위한 게 아니다. 전날 제사를 지내는 것은 돌아가신 날(저승에서의 생일) 아침(0시에) 가장 먼저 우리 부모를 천제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제사 음식은 부모님이 드시는 게 아니라, 천제께 올리는 정성이다.

이것이 원래 유교에서의 제사의 본래 의미고 그래서 제사를 ‘효’라고 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제례 행위는 아주 근엄하고 옷자락 바스락 거리는 소리 외에는 나지 않았으며 모든 예는 거기에서 나왔다. 재상 차려놓고 떠들어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모든 것이 간소화 됐지만 본래의 의미를 알고 행한다면 자세나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요. 기독교에서 부모 돌아가신 날 돌아가신 분을 위해, 천국에 계신 부모님을 하느님의 은혜로 잘 보살펴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다. 제사를 지내느냐 마느냐, 기독교식으로 기도하는 게 과연 옳으냐. 하는 것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한 듯합니다.

제삿날은 저승에서 보면 생일날이랍니다. 그날 새 세상에서 태어나신 날이니까요. 그래서 제사를 안 지내는 것은 생일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과 같다. 그깟 돌아가신 날 기억하면 뭐하냐. 귀신이 오냐 하는데 그건 제사를 잘 못 이해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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