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규환 위원장(영등포구환경委․약학박사)

   
▲ 나규환 위원장

때와 장소의 구분 없이 먹 거리로 인한 어린이들의 건강지킴에 한시도 한눈을 팔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불량식품에 노출되어 어떠한 건강피해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55년 일본에서 발생한 소위 모리나가분유(森永粉乳)사건이 떠오른다. 영유아(嬰乳兒)의 모유 대용식인 분유에 관한 사건이다. 이는 유질(乳質)의 안정제로 첨가한 제2인산나트륨(Na2HPO4)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첨가제에 불순물인 비소(砒素)가 다량 함유되어 영유아의 식욕부진은 물론이고 설사증세와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빈혈과 피부색소 침착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이 사건은 고의가 아닌 제조과정 중 부주의에 의한 사례이다. 이후 반세기가 지난 2008년 중국에서는 독성분유(毒性粉乳)제조로 인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중국의 최대 분유생산업체인 싼루(三鹿)그룹을 비롯한 22개 업체에서 제조생산한 분유에서 독성물질인 멜라민(melamin)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싼루그룹의 분유제품에서는 kg당 멜라민이 2,563mg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몇몇 업체의 제품은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및 예멘국가 등으로 일부 수출되기도 하였다.

분유는 단백질 공급의 영양성분이기 때문에 질소(窒素)분을 많이 함유하게 된다. 당시에는 분유의 단백질 함량분석도 허점이 있어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멜라민에서는 질소성분이 66.7%가 함유되어 이를 분유에 첨가하면 질소성분 즉 단백질함량이 높아 우수한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의 분유사건과 마찬가지로 분유를 소비하는 연령층이 어른이 아닌 어린이라는 점이다.

멜라민은 인체 내에서 신장결석(腎臟結石)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다. 따라서 싼루그룹의 분유를 먹고 신장결석에 걸린 유아의 부모 등은 ‘싼루분유 피해자연합체’를 구성하였다. 또한 유아들이 치유되더라도 어떠한 후유증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면서 싼루그룹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고려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중국당국의 위생부 등 중앙기관과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신장결석유아를 무료치료와 함께 지속적 건강 관리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멜라민분유사건은 악의적인 불량식품사건으로, 모리나가분유사건보다 차원이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외에도 유지제품(油脂製品)에 대한 관리가 문제 시 되고 있다. 즉 트랜스(trans)지방을 가공식품에 첨가하거나 튀김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랜스지방이란 식물성기름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고체화하기 위하여 수소(水素)를 첨가한 기름이이다. 트랜스지방은 한편으로는 식품의 저장기간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튀김으로 사용할 경우 고소하면서 바삭한 감촉이 있어 감자튀김이나 빵, 케이크와 팝콘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트랜스지방의 저감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식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2009년부터 가공식품 중 트랜스지방의 불검출제품비율이 94%로 높아졌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1일 트랜스지방섭취권고치를 설정하고 있다. 예로서 만 1~2세까지는 1.1g, 그리고 만 3~5세 경우는 1.6g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은 인체 내의 나쁜 콜레스테롤(cholesterol)수치를 높여주는 반면에 좋은 콜레스테롤수치를 나추어서 심장질환의 원인으로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트랜스지방의 사용이 줄었으나 아직도 건강상에는 우려가 남아있다고 한다. 따라서 트랜스지방사용을 금지한다면 한해에 심장마비환자 2만 명과 기타 심장질환사망자 7천명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어린이 불량식품에 대해서는 다소 개선되어 가는 추세이다. 학교주변에서 색깔과 맛으로 유혹하는 구멍가게는 총체적으로 줄었으나 아직도 완전 뿌리 뽑지는 못한 실정이다. 또한 어린이들의 기호식품 중 고열량(高熱量)이면서 저영양(低營養)식품이 판을 치고 있고 나트륨(Na)함량이 높은 인스탄트 식품도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과자류에서 살모넬라 등 식중독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어 관계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불량식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

세 살 적 식습관(食習慣)이 평생토록 건강과 직결되므로 각 가정에서의 식품위생 면에서 세심한 교육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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