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원장(통달한의원)

여기저기 온몸이 쑤시고 아플 때 죽은피가 있으니 빼달라고 하시면서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다. 흔히 죽은피라고 불리는 어혈은 한방의 고유한 진단 근거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혈액이 순환되지 않고 일정한 곳에 존재함으로써 병들어 있는 상태가 어혈이다. 몸에서 혈액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혈액은 몸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면서 근육과 인대, 장기 등 몸 영양을 공급하고 신체 활동으로 일어난 노폐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 병과 싸우는 면역체계도 혈액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보면 사람과 물류를 운송하는 도로가 국가의 기간시설인 것처럼 순환계는 몸의 기간시설이다. 사람과 물류가 막힘없이 흐르기 위해서는 도로 시설이 좋아야 한다. 우리 몸의 혈관건강도 좋아야 피가 원활하게 돌게 된다. 도로를 잘 관리 하지 않고 사용하게 되면 비가 오고 난후에 웅덩이가 파이고 여기저기 요철이 생겨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혈관 건강이 좋지 않으면 혈관벽에 플라크(plaque)라는 기름때가 껴서 흐름을 둔화시킵니다. 흐름이 떨어지면 때로는 피가 굳어져서 생긴 혈전이나 혈병이 혈관을 막아버리면 인체에 산소 및 영양공급을 하지 못하게 되어 중풍, 협십증 등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혈관은 총 연장길이가 10만-12만km나 되므로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인체의 모든 기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혈관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하고, 노폐물이 축적되며, 심장은 혈액을 몸의 구석구석에 보내기 위해 한층 더 심한 일을 하도록 강요받고 그 결과 혈압이 상승하여 동맥에 부담을 준다.

거리에 차가 많아져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면 공기가 안 좋아지고 시끄러워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피가 제대로 못 돌아서 체증이 일어나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를 어혈로 인한 증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어혈은 기본적으로 피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므로 특정 부위에 통증이 고정되어 있다. 피가 정체되면 산소보유량이 떨어지게 되므로 산소와 결합하는 철분의 상태에 따라 어두운 색으로 변화 게 되는데 어혈이 있는 부위의 피부색이 푸르거나 어두운 붉은 색을 띠게 된다. 어혈로 인해서도 열이 발생되며 그로인해 수분이 마르면 입안이 마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피는 따뜻하게 하면 더 잘 흐르므로 날씨가 차가워지거나 밤에 흐름이 떨어져 춥거나 밤에 어혈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나다. 어혈은 피가 잘 안 움직여서 생기는 것이므로 통증뿐만 아니라 피부증상, 소화불량, 호흡기 증상, 불면증, 변비, 설사 등 여러 증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혈의 원인으로는 인체 기능의 노화, 타박이나 외상에 의한 원인, 여성의 생리를 주관하는 자궁의 이상 그리고 혈액의 순환에 방해가 되는 찬 기운이나 습기로 인한 순환장애와 기나 열의 정체를 들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예방 가능한 것도 있지만 대개 자연히 나이가 들면 어혈 증상이 더 심해지고 한 달에 한번 생리를 하는 여성인 경우 남성보다 어혈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어혈을 제거하는 한방치료는 기운을 잘 통하게 하여 혈액 순환을 잘 시키는 것이다. 어혈 치료는 ‘죽은 피’를 뽑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도로에 차가 안 움직인다고 차를 견인하면 당장은 차가 줄어서 속도가 날수도 있겠지만 막히는 구간은 다시 금방 막히게 된다. 어혈을 치료할 때 적절히 사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떨어진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심하지 않는 외상이나 생긴 지 얼마 안 된 어혈로 인한 통증은 피를 뽑는 부항이나 침치료로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심한 외상이나 오래된 통증, 신체 기능이상으로 인한 어혈증상은 기운을 올리고 순환을 도와주는 한약 복용이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문의: 267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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