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민 위원장(정의당 영등포구위원장/박정희 흉상 철거 주민대책위원회)

 

지난 11.12(토) 100만 국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던 날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망령 굿판이 벌어졌습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 헌정유린,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이 마비된 시국에 박정희 망령 굿판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자 공원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분노한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생가가 방화로 불탔고, 동상에는 '독재자' 라는 낙서가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 3일에는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서 5.16 군사 쿠데타를 기념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 얼굴에 빨간색 스프레이가 뿌려졌고, 밑에는 철거하라는 글씨가 써졌습니다.

한쪽에서는 박정희 망령을 위한 굿판이 벌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박정희 흉상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영등포주민들이 대책위를 결성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영등포구청에 평화로운 문래근린공원에서 주민분란을 유발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박정희 흉상 철거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문래근린공원 박정희 흉상은 3가지 이유에서 철거되어야 합니다. 첫째, 영등포구청은 주민의 안전과 평화로운 공공시설 이용을 위해 분란유발시설인 박정희 흉상을 철거해야합니다. 문래근린공원은 주민의 보건․휴양 및 정서생활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치된 공간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애용하는 공공시설입니다. 만약 이곳에서 주민들이 서로 충돌하여 인명피해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입니까? 문래근린공원을 관리운영하고 있고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책임이 있는 영등포구청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둘째, 역사를 왜곡하는 반교육적인 시설인 박정희 흉상은 철거되어야 합니다. 문래근린공원내 박정희 흉상은 초등학교, 청소년수련관, 놀이터 등 어린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5.16 혁명발상지'라 쓰여있는 군복차림의 박정희 흉상에 대해 무어라 설명을 해야 할까요? 쿠데타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을 빼앗으려고 일으키는 정변'입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5.16을 군사쿠데타라 규정했고 이는 헌법적으로, 법률적으로, 국민 감정적으로 정리된 용어입니다.

셋째, 헌정파괴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박정희 흉상은 철거되어야 합니다.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 혁명의 씨앗이 채 싹을 틔우기도 전에 박정희 군부세력은 5.16군사정변을 일으켜 장면 민주정부를 무너뜨렸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고 국정농단의 주범이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헌정파괴의 상징이자 5.16군사정변을 혁명으로 미화하여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시설이 문래근린공원에 버젓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제 영등포구청은 분란유발시설이자 반헌법적 역사왜곡시설인 박정희 흉상 철거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지난 서울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문래근린공원 내 박정희 흉상을 철거•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문래근린공원을 관리운영하고 박정희 흉상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영등포구청이 조속히 책임 있는 대처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만약 영등포구청이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머뭇거린다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영등포구청을 향할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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