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慧文 기자

이경희慧文 기자
이경희慧文 기자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어머~ ※프리지어 꽃향기가 나네요?”

노오란 꽃봉오리가 방긋 웃고 있는 미용실 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온다

 

※ 숲의 요정인 프리지어는 미소년 나르시소스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그녀는 사랑한단 말도 못하고 애만 태웠다. 그러나 자만심 강한 나르시소스는 그녀의 사랑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어느 날 나르시소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 죽자 그가 죽은 연못에 그녀는 자신을 던져 죽고 만다. 이를 지켜 본 하늘의 은 프리지어의 순정에 감동하여 그녀를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어 주고 달콤한 향기까지 불어 넣어 주었다프리지어 탄생 전설

 

42녀중 넷째인 큰딸로 태어나 가족의 버팀목으로, 어려서부터 형제간의 우애와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살아온 이금숙 미용실 원장은 항상 가게 문 앞을 꽃들의 잔치로 열어 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지금은 2월의 끝자락이라 모든 식물들이 미용실 안쪽을 거의 다 차지하고 저마다 자신의 겨울 방학을 즐기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곳을 들어서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손님이 프리지어를 선물로 갖다 주셨어요

언제나처럼 자연스런 선물 과정을 얘기하며 머리를 만지는 미용사로서의 이금숙 원장은 꽃향기만큼이나 쏴아한 느낌을 준다.

2004년 처음 이 곳(영문초등학교 옆) 건물이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16년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이제는 손님들도 주인과 닮은 모습을 지닌 분들이 대다수라며 최근엔 를 쓰며 문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과 폰 가득 저장 해 놓은 를 건네는 이금숙 원장은

하늘 속 구름 뒤에 보이는 얼굴하나

긴 세월 기다림에 애간장 녹이면서

분홍빛 물결바다에 미소로 다가온다. 진달래 시조의 일부

위 작품을 써 내려간 영등포구의 新銳시조시인으로서도 앞으로 기대를 모을 빛이 난다.

본인이 방문했을 때, 때마침 프리지어를 선물한 고운 손의 할머니께서 따님의 딸과 아드님의 아들을 데리고 유모차까지 몰고 가게를 들어서는 모습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 세 살 백이 아이를 어르며 머리를 커트하는 이금숙 원장은 직업인으로서도 손색이 없었다. 또한 프리지어 할머님은 당일에도 그녀를 위해 물김치 외 직접 집에서 만드신 반찬을 가져다주시는 모습에서 그녀가 프리지어 꽃향기를 낼 수 밖에 없구나하는 따사로운 햇살같은 푸근함을 느꼈다.(도대체 이 할머님의, 한 명의 손자도 돌봐 줄 수 없다는 세간의 스토리와는 완전 상반되게 서로 다른 성씨의 손자 둘을 키워주시면서 미용실에 반찬까지 가져다주시는, 마음씨는 어디서부터 피어난 것일까? 더군다나 할아버지도 뇌출혈 후유증을 앓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세월은 무정하여 정이 없더라

청춘은 무심하여 말없이 가고.......이금숙 어머님의 작품 중에서

 

한참을 꽃향기에 취해 앉아 있다가 의자 옆 책장에 꽂혀 있는 누런 공책 묶음과 마주친다.(어린 손님은 멋진 헤어스타일로 단장하고 집으로 간 후였다)

이건 우리 엄마, 그러니까 올해 90살이신데, 엄마가 옛날부터 적어 오신 모음이예요 누렇고 오래 되어서 버려질까봐 친정에서 가져 왔어요.”

서적같은 냄새가 배어 있는 빛바랜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목이 메어 가끔 천장을 보는 이금숙 원장의 옆얼굴에서 오래 전 잃었다는 오빠를 그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읽었다(집안의 기대주였던 큰오빠를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한다)

어머님은 정말 서정 시인이시네요 한 줄 한 줄이 감동입니다. 구순이신데 지금도 글을 쓰시나요?”

이제는 딸이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를 쓰며 공부하고 있는 모습에 응원을 하신다며 그 옛날 오빠를 뒷바라지하느라 포기해야했던 못 다한 책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요즘이 행복하다는 이금숙 원장의 밝은 얼굴에서 자존감이 빛났다.

숙련된 손재주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한편으론 꽃향기를 전하는 詩人의 길을 가고 있는 이금숙 원장의 hair shop에서, 요즈음 우리들이 자꾸만 잃어가는 人間愛를 노랗게 피어오르는 프리지어가 가득한 꽃병에 담아 노오랗게 물들이고, 가슴 가득 그 향기를 끌어안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왔다.

자신의 헤어숍 앞에 있는 이금숙 원장.
자신의 헤어숍 앞에 있는 이금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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