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수필가 이경희慧文

수필가/시인 이경희(慧文)
수필가/시인 이경희(慧文)

 

20202월의 겨울은 신종코로나까지 합쳐져 차가움을 넘어서 이제 얼굴도 마주하기 힘든 마스크 인간을 만들어 몹시 외롭고 힘들다. 그래도 일을 해야 하는 일꾼은 어떤 경우에도 집을 나선다. 아파트 입구를 나오자마자 고민한다.

버스? 지하철? 택시? 아니 오늘은 차를?’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지니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손끝에 느껴지는 신호로 발길을 옮긴다. 길을 건넌다. 내 옆을 스치는 남자들 - 아마도 같은 사무실 직원들 - 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나의 코로 흡입되어 몹시 힘들다. 오늘은 대기 오염도가 나쁨인데 담배 냄새까지 더해지니 숨을 쉬기가 힘들어 그 연기를 피해 갑자기 나는 뛰어야 한다. 아침부터 달리기를 한다. 잠시 후 다시 좌회전을 하니 거리 바닥에 금연이라는 NO SMOKING AREA 금속 표시가 보인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도 모르게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區民을 보호하려 거리 바닥을 장식해 놓은 어떤 이의 손길에 감사를 해 본다.

코끝에 무언가 걸린 듯 하여 휴지를 사용 후 난 손에 든 휴지를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

? 여기에 적절하게 휴지통이 있네

잠시 휴지통 주변을 살핀다.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에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주민들도 멋져!’

그런데 옆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이 나를 놀라게 한다.

“OOOO버스 8분 뒤 도착! 아이쿠!”

살짝 집을 나섰을 때와는 달리 춥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리의 찬바람이 자꾸 나를 에워싼다.

추워, 추운데~’

뒷걸음질을 한다.

? 여기 대기할 수 있는 대기소가 있었네?’

투명한 네모진 둥근 의자가 두 개 있는 장소가 있었다, 이미 그 안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30대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 손님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반가웠다. 그들은 내게 눈짓으로 인사를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Where are you from?”

나는 그들에게 인사하고 잠시라도 계속 말하고 싶어 하는 그들과 짧게 대화를 한다. 그들은 필리핀에서 왔단다.

따갈로그어가 섞인 영어를 사용해서 본토어에 관한 얘기를 하니 몹시 반갑게 서울 영등포구에 온 지 2달 되었는데 한국이 너무 춥다며 여기 버스 대기소가 있어 너무 좋다는 말을 하다 갑자기

“Have a nice day!”

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버스를 타러 문을 열고 나간다.

“Have a good time in Korea!”

답례로 재빨리 인사를 보낸 나는 홀로 대기소에 남겨져 처음으로 네모난 그 곳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고개를 들어 천정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미세먼지 흡착 필터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 가다 깜짝 놀랐다. 그 작은 공간엔 미세먼지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고려해 흡착 필터가 있었던 것이다.

 

- 구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 탁트인 영등포 ......천장에 설치된 흡입포는 정전기를 발생시켜 미세먼지를 흡입하는 미세먼지 저감 시설입니다. 탁트인 영등포에서는 구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사용기한 :2020.3.31.

영등포구청장 -

 

옆면에 붙어 있는 안내문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사랑이 느껴졌다. “정치가 뭐냐!, 국가가, 가 뭐하는 거냐?”라며 늘 회의적이던 볼멘소리 속에서 가슴 아팠던 지난 날...... 멀기만 했던 손길이 여기에서 따뜻하게 느껴져 왔다.

 

나에게도 버스가 나타나 그 곳을 떠나야 하는 시간을 어찌할 수 없었지만 뒤로도 계속되는 네모난 대기소의 사랑 가득한 하이얀 천정은 양화대교를 건너면서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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